유가 3개월來 최저···원유 펀드 수익률 '비상'
유가 3개월來 최저···원유 펀드 수익률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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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입 자금만 무려 6700억원…수급 상황악화 가능성 운용사 촉각 

[서울파이낸스 차민영기자] 국제 유가가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펀드 투자자들이 불안감에 휩싸였다. 국내 대형 원유펀드에 유입돼 있는 자금만 무려 67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원유 수급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금융투자업계서 제기되면서 투자자와 펀드 운용사 모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원유펀드 3개월 수익률 마이너스 진입

▲ 설정액 10억원이상 원유 펀드 기간수익률 (운용/모펀드 제외, ETF 포함). 단위 : 억원, %. (자료=에프앤가이드 에프엔스펙트럼)

27일 펀드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국내 원유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 유입돼 있는 자금은 단순 합산 기준 총 6701억원에 달한다. 모두 공모형으로 일반 펀드(1576억원)와 ETF(5125억원)로 구성된다.

연초 이후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형을 제외한 전체 원유펀드로 유입된 자금 규모는 352억원에 육박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를 금리 인상의 원년(元年)으로 삼으면서 유가가 바닥을 친 후 반등에 베팅하는 투기적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 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원유-파생형)' 펀드에서만 연초 이후 360억원의 순자산이 빠져나갔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은 "차익실현 목적의 환매 물량이 대량 출회했다"며 "(순자산) 전체로 보면 적지 않은 규모나 ETF 특성 상 단타(단기투자)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WTI 선물 가격이 지난달 고점을 기록한 이후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지난 26일(미국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최근월물 가격은 현재 배럴당 42.92달러까지 떨어진 상태다. 지난 4월25일(42.64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중 고점을 기록한 지난 6월9일(51.23달러)에 비해서는 무려 16%가량 폭락했다.

▲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최근월물 1년 가격 추이. 단위: 배럴당 달러(USD) (자료 = 블룸버그)

유가의 가파른 하락세에 원유 펀드들의 수익률도 대폭 하락했다. 인버스형을 제외한 전체 펀드 6개 중 최근 3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펀드는 모두 4개다. 1개월 수익률로 보면 6개 모두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태다.

삼성자산운용이 지난 2009년 설정한 '삼성WTI원유특별자산투자신탁 1(WTI원유-파생형)(C 1)' 펀드는 최근 3개월 기준 가장 저조한 실적을 냈다. 이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3.15%로 집계됐다. 1개월 수익률은 -13.22%, 1주일 수익률은 -5.25%로 집계됐다.

이외에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석유가스탐사생산기업지수'를 기초지수로 하는 'KBSTAR미국원유생산기업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파생형)(합성 H)' 펀드의 3개월 수익률도 -2.44%로 돌아섰다. 다만, 인버스형 상품인 '미래에셋TIGER원유인버스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원유-파생형)(H)'는 수익률이 -0.16%로 상승 전환했다.

◇유가 하락압력 지속...최저 30달러 중반대 

국내외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유가 약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판을 흔드는 '스윙 프로듀서'로 부상한 미국의 원유 생산업체들이 공급량을 다시 늘리고 있는 데다 석유 수요가 계속 감퇴될 것이란 전망이 동시에 부상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최근 모건스탠리 보고서를 인용해 이번 3분기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중반대까지 재차 하락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 대다수가 WTI가 배럴당 26달러를 기록하는 등 연초에 겪었던 최악의 순간이 재현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단서를 달았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투자자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정제유 시장의 공급과잉 상태와 정제마진의 축소, 경제 성장둔화 등을 감안할 때 향후 몇 달간 원유 수급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생산된 정제유 상품들이 한가득 쌓여있는 데다 수급 불균형 기조가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디 때문이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드라이빙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휘발유 수요 모멘텀(상승동력)이 약한 데다 미국 원유 시추량이 증가하면서 공급 재개 가능성까지 높아졌다"며 "9~10월 정제소 가을 비수기의 원유 재고 증가 예상 등도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근본적인 수급 불균형 해소가 유가 반등의 전제조건이란 의미다.

단기적 관점에서는 글로벌 정책공조 가능성과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유가 향배를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 연준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시장 경계감이 한껏 높아진 이유다.

홍성기 삼성선물 연구원은 "시장이 기대하는 정책 공조가 도출될 경우 위험자산 랠리에 따라 유가도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통화정책의 차별화가 재부각돼 달러화 강세가 확대될 경우 위험자산 랠리에 따른 반등보다는 하락 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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