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보증거부 후폭풍…재건축 시장 '냉각조짐'
HUG 보증거부 후폭풍…재건축 시장 '냉각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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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에이치 아너힐즈 견본주택 방문객들.(사진=현대건설)

[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정부가 고분양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분양승인을 빌미로 분양가 규제에 돌입한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당장, 올해 하반기 일반분양을 앞둔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5차, 서초구 잠원동 잠원한신18차, 서초구 방배3동 단독주택 재건축 단지 등은 분양가 책정에 비상이 걸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최근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3단지 주택재건축사업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신청한 주택분양보증 신청 건에 대해 분양가가 높다는 이유로 분양보증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

HUG는 "현대건설이 신청한 3.3㎡당 분양가는 4310만원으로 지난 6월 기준 강남구 3.3㎡당 평균 분양가격(3804만원) 대비 13% 높고, 3개월 전 분양한 인근의 개포주공2단지 3.3㎡당 분양가(3762만원) 보다도 14% 높은 수준"이라며 "고분양가가 타사업장으로 확산될 경우 보증리스크가 증가될 수 있으므로 분양보증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과 조합 측은 대의원 의견 등을 거쳐 여름철 이후 일반분양 문제를 재논의하기로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어차피 여름 휴가철로 분양이 쉽지 않은 만큼 당분간 시간을 갖고 재논의하기로 했다"며 "분양보증 재신청 시기도 8월 말이나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결정에 건설업계는 "HUG가 가진 독점적인 권리를 앞세워 사실상 분양가 규제에 돌입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못하면 지자체에서 분양승인을 받지 못해 20가구 이상은 일반분양이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아너힐즈 분양가를 당초 3.3㎡ 당 최고 5000만원대로 책정했지만 분양가가 높다는 HUG 지적에 따라 평균분양가를 4445만원, 4313만원으로 두차례 분양가를 낮췄지만 여전히 추가로 분양가를 낮추라고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아파트 분양보증 기관이 HUG뿐인데 분양승인을 거부하면 우리에게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분양가 상한제를 탄력 적용하기로 법까지 개정해 놓고선 이제 와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실질적인 가격 통제이면서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분양가는 세대수나 자재 등 적용방식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데 HUG가 제시한 10%라는 분양가 기준이 애매모호해 향후 분양가 책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HUG의 결정으로 향후 강남 등 재개발을 앞둔 부동산 시장이 침체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당장 일반 분양을 앞둔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분양 일정을 9월말 이후로 연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분양가 조정 작업이 불가피해지면서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 인상도 불가피 한 상황이다. 아울러 상승세를 타던 재건축 단지들에 대한 매매가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분양가 개입으로 강남 등 재건축을 앞둔 단지들은 분양가와 분양일정 조정을 놓고 눈치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게 됐다"며 "분양시장 훈풍을 이끌던 강남 재건축이 침체되면 자칫 분양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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