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6번째 금리동결, 韓銀의 '딜레마'
<기자수첩>6번째 금리동결, 韓銀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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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호기자]<ihkong@seoulfn.com>한국은행의 잇따른 콜금리 동결 결정(4.50%)을 놓고 한은의 통화정책방향이 유동성 흡수에서 경기부양으로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성태 한은총재는 지난 8일 금통위가 열린 뒤 기자회견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소비자물가와 근원소비자 물가 모두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매우 안정적 수준”이라며 지난해 말까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물가불안 가능성을 일축했다.
지난해 내내 물가불안 가능성을 제기하며 기회있을 때마다 금리인상 필요성을 은근히 강조해 왔던 터러 이 총재의 이번 발언은 통화정책 기조를 물가안정에서 경기부양쪽으로 바꾸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와관련, 한은의 콜금리 동결 결정은 같은 날 재정경제부가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 보고서(그린북)’의 설비투자와 고용둔화에 대한 우려가 그 배경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소비 등 내수의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으나, 이를 수출호조로 보완하고 있다”며 “설비투자와 고용은 다소 둔화되거나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매출액 상위 200개 기업의 올해 설비투자 예상액은 56조3,509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6.8%늘어났지만 투자증가율은 오히려 지난해 13%의 절반수준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들의 내부 유보금은 82.4%로 투자여력은 충분하지만 투자심리가 위축돼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꺼린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의 내용과 기업들의 투자전망들을 종합해 볼 때 한은으로서는 섣부른 콜금리 인상으로 위축돼 있는 국내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 금리동결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이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 발표문에서 “선호지역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심리가 여전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으나 이번 발표에서는 “부동산 가격 오름세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상황은 그때 그때 변하는 것이지만, 이 총재의 이같은 진단은 부동산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경기 하락에 대한 우려를 시장에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민간소비의 부진으로 올 상반기에 경기 둔화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택가격 오름세에 따른 유동성 흡수에 대한 압박이 어느 정도 해소돼 큰 고민 없이 동결을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3.8% 급등했던 아파트 매매가격은 12월에는 2.1%, 올 1월에는 1.0%로 빠른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의 통화정책은 과도한 유동성 흡수에 통화정책의 초점을 둘 것인지 아니면 하향 기로에 서 있는 내수경기 부양에 초점을 둘 것인지에 대한 딜레마에 빠진 듯 보인다.
무려, 다섯 차례의 콜금리 동결에 이은 이번 결정은 그래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한은의 난처한 입장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일각에서는 하반기 국내 경기회복을 위해 한은이 조만간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른데다 국제유가도 상승반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금리인하쪽으로 선회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금융권 전반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여러 경제 지표가 엇갈리는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물가와 경기 어느 한 쪽에 중점을 두기보다 균형 잡힌 판단을 해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말해 한은의 통화 정책은 당분간 유동적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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