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기후전략 수립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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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언론은 느닷없이 기후변화를 얘기했다.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위원회(IPCC)가 8일 매우 암울한 전망이 담긴 공식보고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1.8~6.4도 상승하고 해수면은 18~59Cm 높아질 것이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태평양상의 섬나라들은 물론 방글라데시, 네덜란드 등 저지대 국가들은 침수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몰디브가 물에 잠겨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은 연전에 미 국방부 자료로도 나온 적이 있다. 이번 보고서도 그 연장선상에서 우리에게 섬뜩한 경고를 한다.

이 전망에 따르면 아시아에서만 1억 명 이상이 식량난을 겪고 세계인구의 절반이 물 부족에 직면할 것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사막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우리나라의 경우 봄철마다 겪는 황사현상 역시 해가 갈수록 더욱 자심해지고 있다.

굳이 유엔 공식보고서가 아니어도 빠르게 더워지고 있는 지구를 실감할 수밖에 없는 시절을 지금 우리는 지내고 있다. 겨울이 전처럼 춥지 않다는 어른들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지는 오래됐다. 대표적인 연근해 어업이던 한류성 어종 명태는 더 이상 남한에선 건져 올리길 포기했고 그 자리에 열대성 어류와 해초류가 자리를 잡았다. 동해안에서만 잡히던 오징어가 서해에 등장하고 기상이변이라는 말은 해마다 여름이면 되풀이되는 상투적 표현이 돼 버렸다.

겨울이 와도 한강이 어는 것을 보기 어렵고 올 겨울엔 아예 얼지를 않았다. 2040년이면 서울기온이 1971~2000년 평균기온보다 1.9도 정도 오를 것이라고 한다. 강수량은 또 최대 10% 정도 늘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평범한 사람들 감각으로는 평균 1.9도의 온도차가 참 하찮아 보인다. 그런데 2만년 전 마지막 빙하기와 지금의 온도차가 불과 2.5도라는 전문가의 얘기이고 보면 결코 적은 차이가 아니라는 실감이 난다. 세상이 얼마나 크게 바뀔 수 있는 변화인지는 쉽사리 실감나지 않지만 유엔보고서가 결코 과장만은 아니라는 정도의 느낌은 갖게 된다.

일개 기업도 최소한 향후 10년 이내의 시장 변화를 예상하고 그에 맞는 경영전략, 상품전략을 세워나간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인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앞으로 30여년 후의 인류가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지를 각국 정부는 당연히 고민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또 기업인들은 그런 변화를 어떻게 타고 나아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그 많은 기업연구소들이 어떤 전망과 해법들을 찾아내는지 다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대기업들이라면 장·단기 변화를 읽고 앞장서서 변화의 물결을 헤쳐나가야 할 일이다.

기후의 변화는 실상 개개인의 삶의 패턴도 크게 바꿀 것이다. 1.9도의 온도차가 난방연료 사용을 얼마나 줄일지는 모르겠으나 의·식·주 모든 방면에 불가피하게 변화를 초래할 터이니 그에 맞는 시장개척이 새롭게 일어날 터이다.

기후변화는 농수산업이나 제조업, 유통업의 변화만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의 수명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과문한 탓인지 아직 제대로 연구된 예를 보지 못했다.

인간의 건강·수명·노동 등 제반 조건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금융산업에도 변화의 바람을 몰아올 것이다. 특히 보험시장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터이지만 연금시장을 비롯한 재테크 영역의 변화 역시 클 것이다. 소비경향의 변화는 또 신용결제 등 여타 금융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또 간헐적으로는 대응방안들을 모색하는 듯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선 부문별 대책을 얘기하기 전에 종합적으로 ‘변화’를 연구하고는 있을까. 우리의 정부 내에서도 분명 종합적 검토가 있으리라 믿지만 독자적 연구를 어디서 얼마나 진행하는지 알려진 게 없다. 그런 터이니 기상청이 날씨 관행의 ‘변화’를 잊은 분석으로 종종 잘못된 예보를 해 곤욕을 치르는 게 당연하다.

홍승희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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