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법인세 세율인상 서둘러선 안된다
[전문가기고] 법인세 세율인상 서둘러선 안된다
  •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세무전문대학원 교수
  • woocheol66@gmail.com
  • 승인 2016.07.21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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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반복되는 법인세율 논쟁으로 국민은 피로감을 넘어 지겨움을 느낄 정도이다. 세액공제 전환으로 중산층의 소득세가 늘고 서민 애용품인 담배에 대한 세금마저 올랐는데, 부자기업의 세금을 올려 복지재원을 충당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공감이 가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러나 기업에 대한 과세는 중요한 경제적 문제와 결부되어 있기에 단순하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 법인세율 인상과 관련해서 쉽게 오해되는 문제들을 간과한 채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면 그 피해는 우리 모두의 몫으로 남는다.

복지확대에 필요한 재원의 일부를 기업에도 분담시키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재원의 대부분을 법인세 증세를 통해 마련한다는 발상은 명백히 오류이다. 법인세율을 아무리 올려도 충분한 복지재원을 모을 수는 없다. 자본의 높은 이동성으로 세원이 작아지면 세수도 크게 줄어들기에 복지는 지속가능하지 않게 된다.

기업이란 노동과 자본이 만나 생산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곳이다. 기업 활동에 대한 과세는 필연적으로 투자와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미래성장에 쓰여 져야하는 재원을 현재의 복지에 소비하는 것은 남유럽 사태에서 보는 것처럼 장기적으로 재앙이 되어 돌아온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인세 증세안에 따르면, 과표 500억 초과 기업에 3%p 세율 인상으로 3조원 내외의 세입증가가 기대된다고 한다.

과연 본격적인 복지확대 정책이 이 정도 재원으로 가능한지 묻고 싶다. 아직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는 누리과정(보육)의 한해 예산 4조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갖고 마치 제대로 된 복지가 곧 실현될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정치적 과장에 불과하다. 보편적인 복지는 소득세와 소비세의 확대라는 보편적 증세를 필연적으로 동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은 세율인하에도 투자가 늘지 않는 문제를 거론한다. 현상적으로 맞는 지적이지만, 우리경제 기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좀 더 깊이 통찰해야 한다.

투자의 저조는 우리나라 전통 제조업 분야가 과잉설비에 근접했다는 점과 관련 깊다. 최근에 조선, 철강, 석유화학 분야에서 산업구조조정이 논의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만일 이 분야 기업들이 MB정부의 법인세율 인하로 투자를 크게 증가했다면, 지금에 와서 더 많은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을 것이다. 투자가 필요한 곳은 신재생에너지나 인공지능과 같은 신산업 분야이다.

하지만 기초기술의 부족과 높은 위험이 우리나라 기업들을 소극적으로 만든다. 약간의 법인세율인하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다. 다각적인 측면에서 더 많은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도 단기간에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해서 세율을 다시 올린다면, 문제해결을 아예 포기하는 어리석은 선택이 될 것이다.

부자증세의 적절한 방법은 소득이 많은 기업 자체에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소득을 향유하는 사람에게 직접 과세하는 것이 맞다. 배당과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의 강화가 올바른 방법인 것이다.

이외에 상속·증여에 대한 과세의 강화, 그리고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의 정상화도 현실적인 부자증세에 속한다. 법인세를 늘리더라도 구체적인 방법의 선택에서 세심한 접근이 요구된다. 3%p 세율인상이 목표하는 3조원 정도의 세입증가는 사실 법인세 감면제도의 대폭적인 정비를 통해서도 조달 가능한 규모이다.

정책적으로 필요해 보이는 감면들이지만 실효성에서 문제시되고 있기에, 세율인상을 피하기 위한 전제 하에서 대기업 대상 조세감면의 전면적인 폐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효율성 원칙에 충실한 방안이다.

정치권이 명목세율의 인상이라는 가시적 성과에 집착하게 되면 참담한 결과가 초래된다. 복지확대를 위한 재원이 필요해지면 언제든 법인세율이 또 인상될 수도 있다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고 생각해보라. 어느 외국기업이 국내로 진출하려고 하겠는가? 국내에 있는 기업마저도 외국으로 빠져나갈 궁리를 할 것이다. 국제조세 경쟁에서 한번 낙오하게 되면 이를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됨은 물론이다.

중대한 경제적 전환기에 선 한국경제에게 법인세율인상 국가라는 시그널은 저성장 기조를 고착화하고 경기침체를 장기화하는 무서운 전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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