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방통행식' 성과연봉제가 업적?
[기자수첩] '일방통행식' 성과연봉제가 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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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차민영기자] 3년 임기 말을 바라보고 있는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의 마지막 행보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지난 2013년 말 취임 직후부터 특유의 리더십과 네트워크 능력을 통해 예탁결제원의 대내외 위상을 끌어올린 장본인이 정작 내부 직원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예탁결제원은 여타 금융공공기관들과 마찬가지로 무리한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른 후유증을 앓고 있다. 사측이 지난 5월 말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 안건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에 따라 일부 임직원들에 소급 적용되던 성과연봉제는 전 직원의 74.8%로 적용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

내부 동의 없이 진행된 '날치기' 이사회에 직원들은 분노했다. 예탁결제원 노조는 전 직원의 과반이 넘는 조직원으로 구성돼 취업규칙 변경 시 반드시 이들의 동의가 법으로 정해져 있다.

노조의 동의가 동반되지 않은 사측의 일방적인 성과연봉제 도입은 '불법'이라는 것. "이미 투쟁 방향은 결정됐다"는 노조는 성과주의 도입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안 된다면 법정에서라도 시비를 가리겠다는 방침이다.

물론 업무 성과와 연봉의 연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의 성과연봉제를 큰 틀에서 반대할 명분은 없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말 중점 추진과제로 제시한 만큼 예탁결제원의 부담도 미뤄짐작해볼 수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성과연봉제의 사회적, 경제적 효과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다.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실패한 사례로 평가받기도 한다.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성과연봉제를 적용받는 대상이 절대다수의 직원들이라는 점이다. 단지 금융 공공기관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정부와 사측의 일방적 정책을 따라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유 사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기 중 주요 성과 중 하나로 '연내 성과연봉제의 도입'을 꼽았다.

직원들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가 유 사장에게는 임기중 성과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유 사장에게 남은 시간은 단 4개월. 유 사장의 마지막 발걸음이 내부 직원들과의 소통 간극을 좁히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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