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고수익 투자라는 금융사기의 덫
[전문가기고] 고수익 투자라는 금융사기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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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간 전문 자산 관리사에게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를 맡겨온 30대 후반의 평범한 직장인 이 씨. 그는 어느 날 기상천외한 제안을 받았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 씨의 신용으로 은행에서 2억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으니, 대출받은 2억으로 투자 해 연간 배당으로 1000만원씩 받게 해 주겠다는 투자 제안이었다.

이 씨는 자산 관리사를 평생의 파트너로 생각하며 그의 권유대로 자산을 관리해왔지만 대출을 받아 투자하라는 그의 제안은 미심쩍게 느껴져 상품 가입이나 투자를 종용하지 않는 사회적 기업 재무 설계 회사에 상담을 의뢰했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2015년 발표한 자료 ‘2014년 우리나라 금융사기 피해 현황과 특징’에 의하면 만 25세 이상 64세 이하 일반인 2530명 중 29.1%가 금융사기 관련 경험이 있다. 1인당 피해액은 4497만원이며 50대가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많이 금융사기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금융 상담을 하다 보면 금융 즉 돈과 연루된 사기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들은 중산층 이상이거나 전문직 종사자 역시 적지 않다. 보이스 피싱 등 신종 금융사기에 노출되거나 직접적 피해를 당하는 시민은 주로 50-60대 이상의 어르신 또는 비전문직 종사자 등에 국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금융회사나 투자사는 민간 가계의 투자 의사 결정과 상품 가입 등의 돈 문제는 전적으로 개인의 문제로 일갈하지만 사람은 절대적으로 환경의 산물이다.

외환위기 이후 언론과 정부가 거들고 금융회사가 앞 다투어 민간 가계에 선물한 것은 소도 잡아먹는 가계 부채와 유동성이 묶여 버리는 부동산 자산과 각종 투자 상품 등이었다. 증가하는 고용 불안과 사회적 살인이라 일컫는 구조조정, 대량해고가 일상이 된 요즘, 중산층 이하 서민 계층은 당장의 생계비 마련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고수익을 보장하는 투자 상품 이야기 등에 자주 현혹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제안하는 이가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이라면 함정은 깊고, 덫은 튼튼하다.

이는 때를 거르지 않고 식사를 하는 사람이 길가의 독초나 독버섯을 따 먹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 굶기를 밥 먹듯 하는 이들이나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먹게 된다. 나날이 기승하는 불법 사금융이나 사실상 ‘금융다단계’라 불리는 투자사기 등에 노출된 서민 중에는 막연한 미래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 또는 돈에 쫓기고 있어 걱정과 근심으로 배를 채우는 이들이다. 소비자가 주의하기엔 한계가 있다.

1차적으로는 길가에 불법사금융과 금융사기의 뿌리를 뽑기 위한 정책과 법 제도 개편도 시급하나, 배를 주리지 않도록 당장 먹고 사는 것에 근심하지 않도록 복지와 기본소득 같은 매우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당장의 생계 걱정이 없다면, 불법사금융 시장과 금융사기 등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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