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中 경제보복 우려에 기업들 '촉각'
'사드 배치' 中 경제보복 우려에 기업들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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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배치를 공식 발표한 지난 8일 오전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드 배치로 인한 한중 관계에는 막대한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반한 감정 본격화되면 전자·면세점·화장품 등 타격 우려 

[서울파이낸스 박수진 김소윤 김태희기자]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한·중 외교에 냉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중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들은 앞으로 상황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사드 결정으로 반한 감정이 본격화 될 경우 중국 매출 비중이 높거나 중국 공략을 성장동력으로 삼은 기업들은 상황을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반한 감정 우려 '노심초사'

전자업계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인한 유럽 시장에 대한 불안감에 이어 중국의 비관세 장벽 등의 이슈가 더해질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대내외 여건변화를 우려해 지난 10일 고위 경영진들은 대책회의를 가지기도 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업계의 중국 주요 수출 품목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으로 모두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생산량의 50%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부분 역시 대부분 중국 스마트폰, TV 업체들에 수출하고 있다.

현지 생산 비중도 높은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하는 반도체 공장을 갖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쑤저우,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SK하이닉스는 우시에 각각 디스플레이 반도체 공장을 갖고 있다. 삼성 SDI 역시 시안에 합작 형태로 배터리 공장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시안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SK하이닉스의 우시 공장을 제외한 나머지 생산라인은 중국 기업 또는 지방정부와 합작해 설립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드 배치가 국내 전자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중국과 일본의 댜오위댜오 분쟁이 심화됐을 때 중국 내 반일 감정이 고조됐고 이로 인해 일본 자동차, 전자업체들이 한동한 고전했다"면서 "따라서 앞으로 예상되는 중국 내 반한 감정 역시 쉽게 생각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화장품·면세점 업계, 中 반응 '예의주시'

중국 소비자의 덕을 크게 보고 있는 국내 화장품과 면세점 사업 역시 이번 사드 배치 결정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업계는 크게 비관세장벽 강화를 통한 무역보복과 관광 제한,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제재, 시장감시 강화, 반한감정 확산 등의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중국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는 상태로 현재로선 확신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법으로 지정돼 있는 관세를 건드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이 비관세 부분에서의 변동을 예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 역시 "현재 상황에서는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대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어떻게 반응하느냐 우려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마음만 먹으면 어떤 조치도 가능하다"며 "법적인 제재가 없더라도 통관 담당자들에게 한국 수입 물품 관련 해 6개월 정도 시간을 지연시키라고만 지시해도 충분히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관광제한에 따른 면세 업계의 타격도 예상된다. 관세청은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을 3곳(HDC신라, 한화갤러리아, SM면세점)을 추가하고 2곳을 바꿔치기 승인(신세계, 두산)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를 고려해 신규 시내면세점만 5곳이 늘어난 상태인데 사드 배치로 인한 보복성 관광제한이 걸리면 기업들의 타격은 불가피한 상태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현지 상황 파악에 주력하고 있는 상태"라며 "국내 면세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광광제한 등의 변수가 적용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와 달리 증권가에서는 중국 정부와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의 반한 감정은 일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감안해 볼 때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 형태는 정부 규제가 아닌 독립적인 소비심리에 더 크게 좌우됐다"며 "단순한 정치적 분쟁에 따른 무역과 관광의 규제는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예상과 다르게 사드배치 문제로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이 고조될 경우 한국 화장품 수요 등에 일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이 경우에도 영향은 우려만큼 크지도 장기화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리온·매일유업·남양유업 "영향 미미할 것"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식품업계 역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화장품 업계 만큼의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정부의 반응에 예의주시 하고 있다.

지난 1993년부터 중국 진출에 나선 오리온은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오리오'라는 명칭으로 중국에서 생산되는 원자재, 중국인 채용 등 현지화 작업에 올인한 결과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기업으로 알려지기 보다는 중국 기업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조3000억원이라는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번 사드배치와 관련해서 현재 중국이 한국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해도 수출기업이 아닌 중국 법인으로 시작한 회사이기 때문에 아무런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국내산 분유로 큰 매출을 올리고 있는 우유업계 역시,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관측했다. 다른 산업군에 비해 중국에서 차지하는 매출액은 전체에서 10%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사드배치와 관련해 한국에 제재를 내린다고 해도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정부가 분유시장까지 제재를 가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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