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뉴스] 예탁결제원 유재훈號, 임기말 성적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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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가운데)이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하계 오찬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임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한국예탁결제원)

"'땅 짚고 헤엄친다' 오명 없애는 데 주력"

[서울파이낸스 차민영기자] "'땅 짚고 헤엄치는 회사', '장사 걱정 안해도 되는 회사'라는 오명을 지닌 예탁결제원을 국제적인 경쟁력을 지닌 제대로 된 증권서비스기업으로 만들고자 했다."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6개월의 임기를 남겨둔 가운데 8일 서울 여의도에서 하계 오찬 기자간담회를 갖고 2년 반 동안의 성과를 설명하며 이 같이 회고했다.

금융위원회 출신인 유 사장은 지난 2014년 취임 후 예탁결제원의 선결 과제로 '글로벌 리딩 증권중앙예탁기관(CSD)로의 도약'을 제시했다. 국내 예탁결제제도의 수준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내부 경영혁신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유 사장은 이날 "예탁결제원 역시 다른 공공기관처럼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며 "이를 쇄신해 시장원리에 의해 작동되는 회사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비전을 재정립해 시장성 기업으로서의 발전 지향점을 제시한 것.

사업다각화를 통해 새 먹거리 찾기에도 돌입했다. 일례로 18년 동안 예탁결제원 차원에서 추진해 온 전자증권제도를 도입하는 데도 성공했다. 예탁결제원 한 관계자는 "금융권 관료 출신 CEO들은 금융투자업계 외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한 데다 금융지식을 갖춰 업무 추진속도가 빠른 편"이라고 귀띔했다.
 
이외에도 예탁결제원은 고유의 퇴직연금플랫폼(PensionClear)을 구축하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의 운영을 지원하는 'ISA-Net'도 마련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아울러 중소, 벤처기업 후방 지원사격에도 나섰다. 소규모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돕는 '크라우드펀딩'에 중앙기록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캡테크(CapTech) 스타트업 일부와 협약을 맺고 데이터 소스를 오픈했다.

펀드넷 등 예탁결제인프라를 인도네시아 예탁결제회사(KSEI) 등에 수출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향후에는 베트남 등으로 수출 대상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강보선 투자지원본부 본부장은 "수출계약에 따른 수익도 중요하나, 이보다도 아시아 표준을 만들어 간다는 데 더 의의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아시아지역 내 펀드거래 후선업무 표준화 논의를 위해 지난해 11월 아시아펀드표준화포럼(AFSF)을 창설한 바 있다.

외화증권 예탁결제사업도 수익분기점 돌파에 성공했다. 21년 만의 성과로 외화증권 투자 확대와 서비스 향상이 주효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로 외화증권 보관규모는 지난해 219억달러로 지난 2013년(120억달러)의 두 배가 넘었다.

▲ 한국예탁결제원 재무성과. 단위: 억원.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재무구조 개선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당기순익은 628억원으로 지난 2013년(448억원)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외수익은 821억원에서 570억원으로 줄었다. 주식가치도 종전 7만7053원에서 8만2417원으로 올랐다.

이와 관련 정승화 전략기획본부장은 "저금리에 따른 영업외수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한 영업수익 증가로 당기순익과 기업가치가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예탁결제원은 향후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거래소의 예탁결제원에 대한 지배관계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유 사장은 "정부 정책에 따라 거래소와의 관계 재정립에 관심이 있다"며 "외국 선진 예탁결제회사의 소유구조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보고 좋은 모델을 도입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공기업 성과주의 도입에 따른 노사 불화는 현재 진행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사측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성과주의를 도입했다. 아울러 연내 노조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성과주의 적용 가이드라인 제정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 1월 성과주의 전면 시행이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연내 노사 대화를 마무리짓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노조 측에서는 이사회 결의 자체가 '불법'으로 자행된 만큼 TF 구성 등 사측과 어떤 논의도 진행된 바 없다며 이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예탁결제원의 성과주의 도입안이 확정되는 대로 이를 검토해 법적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박종철 예탁결제원 노조 사무국장은 "사측이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직원 과반수 이상이 참여하는 노조의 경우 (노조의) 동의를 반드시 얻도록 법으로 돼 있다"며 "하지만 사측은 노조의 동의 없이 불법으로 성과주의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사회 결의가 불법인 만큼, 노조는 사측이 성과주의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대로 세부 내용을 검토해 법적 투쟁에 나설 계획"이라며 "시기를 조율 중일 뿐 전체적인 투쟁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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