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유로존의 불안한 미래
[홍승희 칼럼] 유로존의 불안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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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브렉시트는 본지진의 예고파에 불과한가.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는 이제 초기의 심리적 공포가 서서히 가라앉으며 세부적인 영향 파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후폭풍은 금융불안이 가시지 않은 유로존 내의 취약국가들을 뇌관으로 폭발할 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 경우에는 이미 영국의 파운드화 가치와 부동산 가격이 무너지고 각국의 증시가 줄줄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신흥시장 등 전 세계 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 영국 브렉시트의 파괴력은 비교되지 않을 큰 파괴력을 수반할 것으로 보인다. 한 나라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유로존 내 모든 취약국가들로 확산되는 도미노 현상으로 인해 유로존의 위기는 물론 세계 금융시장의 지각변동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대형지진이 올 때 속도는 빠르지만 진동 폭이 작은 P파가 먼저 도착하고 뒤따라 속도는 느린 편이지만 진폭이 P파에 비해 월등히 큰 S파가 뒤따라오며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것과 같은 모양새가 아닌가 싶은 불안감이 증폭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이탈리아의 부채규모가 자체적인 금융 붕괴는 물론 유로의 붕괴로 이어질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로존 전체 부실채무의 절반이 이탈리아 금융기관들일만큼 이탈리아 금융이 지닌 불안요소는 심각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자 규모로 치면 이탈리아 내 3위인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디 시에나(BMPS)의 주가가 연초 대비 79%나 폭락했다. 특히 영국 브렉시트 이후 열흘 동안에만 45%의 급락을 보여 이탈리아 증권거래위원회가 BMPS 주식에 대한 공매도를 일시 중단시켰다. BMPS 주가 급락의 발단은 유럽중앙은행이 469억 유로인 이 은행의 부실여신규모를 2018년까지 40% 줄이라고 권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그러나 BMPS 뿐만 아니라 전체 이탈리아 은행주의 시가총액이 브렉시트 이후 1/3이나 증발해 버렸을 만큼 이탈리아 금융산업 전체가 현재 임계점에 이른 상태다. 작은 충격만으로도 붕괴에 이르기에 너무 쉬운 상태인 것이다.

이탈리아는 유로를 사용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경제성장이 거의 멈춰진 상태나 다름없었고, 특히 소매판매는 최근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등 내수시장이 사실상 호흡을 멈춰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경기침체는 불황으로 도산하는 기업과 개인 신용불량자들의 빚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은행들의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유럽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취약한 이탈리아 은행들에게 더 큰 타격을 안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너스 금리의 영향이 평균적인 경영상태에서라면 단기적인 영향을 그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이미 허약할 대로 허약해진 이탈리아 은행들이 견뎌내기에는 지나치게 혹독한 환경이 된 셈이다.

이탈리아 정부가 부실채권들의 투매를 우려해 400억 유로의 구제금융 투입을 고려한다지만 3천6백억 유로 규모인 이탈리아 은행권 부실여신 규모만 봐도 구제금융의 효과가 충분할지 의구심이 든다. 그런데다 독일이 이탈리아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에 반대하고 나서자 아틸라아가 독일 주도의 유럽연합에 대한 이탈리아의 독자적 행동 운운하고 있어 유럽연합과 유로의 미래에 새로운 도전이 닥쳐올 수도 있는 분위기다.

이미 이탈리아 내에서는 유로존 탈퇴요구도 점차 거세지고 있어서 그간 유로존 잔류를 주장해온 현 렌치 총리가 안팎의 압력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난 2009년 좌파와 우파라는 틀을 부정하며 창설된 오성운동(the Five Star Movement)은 유로존 탈퇴 국민투표 실시 등을 내세우며 정당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유럽은 하나의 유럽으로 가는 길목에서 극복하기 쉽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경기불황에 지친 각국의 우파 정당들이 극성을 보이고 국민들은 차츰 국가주의의 틀로 회귀하기를 희망하기 시작했다. 물론 미국에서도 트럼프 같은 정치신인이 극단적 배타주의를 앞세우며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됐다.

세계가 서로 대문 열어놓고 살자고 약속하던 꿈같은 시절이 지나가고 있다. 우리에게도 신발끈 다시 매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국내 계층간에 쌓인 불신을 털지 않고 가능한 일일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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