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손보험 갈등, 정부 개입이 답이다
[기자수첩] 실손보험 갈등, 정부 개입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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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우선 급한 불부터 끄자는 거죠. 비급여 문제는 금융당국도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니까요"

지난 5월 '비정상의 정상화'를 명목으로 금융당국이 내놓은 실손보험 개선안에 대한 보험사 관계자의 말이다. 실손보험금의 70%가 비급여로 지출되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손보험료 인상을 사실상 용인했다고 비난 받던 금융당국은 과잉진료 항목을 없애 소비자들의 의료서비스 보장을 축소, 실손보험 보험료를 내리는 방안을 선택했다. 내년 4월 출시될 40% 싼 실손보험의 실체다.

최근 열린 보험연구원 세미나 역시 이런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시키는 자리에 그쳤다. 병원마다 제각각인 비급여 진료비를 바로 잡기 위한 비급여 코드 표준화, 치료의 적정성을 살펴보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실손보험 심사를 위탁하는 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나오지도 못했다.

보험업계는 '의료기관이 쓸데없는 비급여 과잉진료를 유발해 보험사들을 갉아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의료계는 '보험상품을 만든 보험사들이 국민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물론 의료계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실손보험이 이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은 가입자의 의료비를 최대 90%까지 대신 내주는 잘못된 상품설계로 인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그에 대한 원죄는 이미 따질 만큼 따진 상태다. 반면 의료계는 이런 실손보험의 약점을 역이용해 수익을 얻은 부분이 분명 있음에도 반성의 목소리는 없다.

사실 의료계가 제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한 것은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할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어서다. 바로 '의료수가 현실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통계에 따르면 민간병원은 100원을 벌어들여도 실제 이익은 1원을 약간 넘기는 수준에 그쳤다. 병원이 비급여 진료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보험업계만 놓고 봐도 그렇다. 그동안 4대악(학교폭력·성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보험으로 불리는 행복지킴이상해보험, 장애인연금보험, 노후실손보험, 자전거보험 등 이른바 정책성 보험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던 이유는 마땅히 정부가 책임져야 할 공공부분을 사기업(보험사)에게 떠넘겼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작년 말 3200만명이 가입한, 이제는 국가 의료 체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실손보험의 결말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끝 모를 분쟁이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선량한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늦었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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