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로 맞붙은 삼성 vs 신세계, 살얼음판 승부
'페이'로 맞붙은 삼성 vs 신세계, 살얼음판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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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각 사 제공)

협력사업 속속 중단…이재용-정용진 자존심 대결?

[서울파이낸스 박수진기자] 삼성그룹과 신세계그룹간 '페이'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삼성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삼성페이'를 유통공룡 신세계 측이 사실상 거부한 것이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 일각에서는 두 집안의 앙금이 간편결제 서비스를 기화로 표면화되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에 출시된 삼성페이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공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페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루프페이 인수는 물론, 미국 전 현지 금융·IT업계의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 서비스 타진을 논의하는 등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다.

또한 번거로운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기존 서비스와 달리 지문 인증 한번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등 사용이 간편해 재사용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뒤 약 9개월(지난 5월 기준) 만에 누적 결제금액 1조원을 돌파하는 등 모바일 시장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은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8월 미국, 중국 론칭 이후 지난달 싱가포르, 호주, 스페인으로 확장했다. 올해 안에는 영국 브라질, 캐나다로 확장할 계획이다.

하지만 삼성페이는 정작 국내 유통채널에서는 상당부분 제약을 받고 있다. 거대 유통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 계열사인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스타벅스, 조선호텔 등의 매장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것.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SSG페이' 확산에 주력하고 있는 신세계 측의 견제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해 7월 SSG페이를 출시하며, SSG페이와 SSG닷컴 등 온라인·모바일 사업에 전력투구 하고 있다. 최근 이마트의 최저가 판매와 대대적인 '쓱' 마케팅도 간편결제 서비스와 온라인몰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신세계에 따르면 SSG페이 설치자 수는 지난해 9월 50만에서 올해 2월 130만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신세계는 SSG페이의 사용처를 앞으로 은행 계좌 연동 서비스, 교통카드 기능, 아파트 관리비 납부서비스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 같은 '페이 갈등'이 양측의 협력사업 무산으로 확전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달 3월에는 호텔신라 등 삼성 계열사들과 신세계의 상품권 제휴가 종료됐다. 해당 삼성 계열사는 호텔신라, 신라스테이, 신라면세점, 에버랜드다. 여기에 범 삼성가인 보광의 휘크닉스파크도 같은 날 신세계 상품권 제휴를 끊었다.

신세계 역시 상품권 홈페이지와 최근 발행한 상품권 뒷면의 사용처 명단에서 이들 업장을 삭제했다.

또 앞서 삼성은 지난해 9월 신세계와 맺었던 임직원 쇼핑몰 운영계약도 연장하지 않았다. 삼성 그룹 임직원만 이용할 수 있는 이 쇼핑몰은 연간 매출액이 1000억원으로 신세계가 위탁받아 5년 동안 운영해 왔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신세계와 계약을 종료하고 후임사업자로 G마켓을 선택했다.

이처럼 양측의 갈등구조가 지속되자  일각에서는 사촌지간인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의 기싸움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그동안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은 지난 2007년 삼성플라자와 2011년 홈플러스를 각각 매각한 뒤에는 겹치는 사업분야가 없어 부딪힐 일이 없었다. 그러나 신세계가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에 뛰어 들면서 둘의 미묘한 신경전이 시작됐다.

지난해 7월 면세점 전쟁 당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사촌인 정 부회장이 아닌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다. 삼성과 현대의 합작으로 신세계는 고배를 마시게 됐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포기하지 않고 넉달 후인 그해 11월, 시내면세점 재도전에 나서 남대문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다. 이로 인해 면세점 분야에서도 삼성과 신세계의 대결구도가 갖춰졌다.

다만 삼성과 신세계 측은 이 같은 관측에 대해 지나친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양 측은 "협력사업 종료와 경영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양측이 최대한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찾다보니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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