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쿠팡이 배송업무를 수행하는 '쿠팡맨' 채용 확대를 위해 내놓은 정책이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재직 중인 쿠팡맨이 친구나 지인을 소개하면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쿠팡 캐시 50여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것.
30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현재 채용과정에서 추천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쿠팡맨 추천제 가이드가 따로 존재할 정도로 체계적이다. 사실상 '다단계 채용'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쿠팡 측은 이같은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쿠팡 관계자는 "채용과정에서 친구나 지인 추천 등의 행위를 절대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와 달리 헨리 로우(Henry Low) 쿠팡 수석 부사장은 지난 13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열린 '쿠팡맨 패밀리데이'에서 쿠팡맨과 그 가족들에게 쿠팡맨 리크루트를 적극 요청했다.
로우 부사장은 "올해 쿠팡맨 채용을 지금의 2배로 확대 하겠다"며 "쿠팡맨의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쿠팡맨이 많아져야 하기 때문에 리쿠르트에 많이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기에 쿠팡은 쿠팡맨 공개채용 입사지원서에도 추천인란을 별도로 두고 있다.
사실 쿠팡맨 추천제는 지난해부터 비공식적으로 시행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을 기준으로 쿠팡맨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우리는 쿠팡맨'에는 쿠팡맨 추천제 가이드가 명시돼 있다. 해당 커뮤니티는 쿠팡맨 사번을 입력해야만 가입할 수 있다.
쿠팡맨 추천제 가이드에 따르면 지원자는 이력서를 제출 할 때 현재 재직 중인 쿠팡맨의 이름이나 사번을 적어내면 된다.
지원자가 쿠팡맨으로 입사하게 되면 추천인은 첫월에 25만원을 받는다. 또 3개월 동안 쿠팡맨으로 정근을 한다면 추천인에게는 25만원이 추가 지급된다. 총 50만원의 상여금을 받는 셈이다. 단 상여금은 쿠팡 사이트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쿠팡 캐시로 대체된다.
쿠팡 내부 관계자는 "20~30대의 젊은 청년들이 쿠팡맨에 많이 지원하지만 배송업무 자체가 몸을 쓰는 일이다 보니 쉽게 그만두기도 한다"면서 "추천인제도를 통해 믿을 수 있는 인력을 충원하고 악용을 막기 위해 3개월 기준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쿠팡맨 채용방식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평가가 다소 엇갈리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쿠팡맨의 복리후생 및 업무환경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
특히 상여금이 쿠팡 캐시로 지급되는 부분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보통 상여금, 성과급 등에는 세금이 책정되는데 쿠팡 캐시의 경우 이를 확인할 수 없다. 쿠팡맨에게 지급되는 쿠팡 캐시가 소득으로 구분된다면 법적 문제가 없지만 쿠팡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처리된다면 탈세로도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공개채용을 하면서 이력서에 추천인을 명시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며 "쿠팡맨 1명이 3명을 소개할 경우 150만원 캐시, 5명을 소개할 경우 250만원 캐시 등 부풀리기도 가능한 만큼 다단계식 마케팅과 별반 다를 것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쿠팡맨 채용이 목표치 4분의 1도 안되는 수준에 그치면서 로켓배송 사업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쿠팡은 지난 2014년 3월부터 '로켓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당시 100명의 쿠팡맨으로 시작해 지난해 5월 1000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1월에는 3500명을 기록했고 올해 1월에는 3600명을 넘겼다.
그러나 현재까지 쿠팡맨 규모에는 큰 변동이 없다. 6개월 가까이 제자리 걸음인 셈이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쿠팡맨의 수도, 중도에 이탈한 쿠팡맨의 수도 파악되지 않는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쿠팡맨 채용 계획을 △2015년 5000명 △2016년 1만명 △2017년 1만5000명으로 밝힌 바 있다. 물류센터는 △2015년 14개 △2016년 18개 △2017년 21개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