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살 깎는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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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수지기자] 대한항공과 조종사노조의 지루한 줄다리기가 지속되고 있다. 급기야 회사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청원하는가 하면, 자칫 고객의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는 안전문제까지 조종사 노조가 직접 제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조종사노조는 지난달 발생한 하네다 공항 엔진화재 사고와 관련해 성명서를 내고 "최근 6개월 사이 정비결함이 모두 5건 발생했다"며 "정비예산은 2012년 9427억원에서 2014년 8332억원으로 줄고 운항 회수당 정비 시간은 8.3%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대한항공의 항공 안전이 심각한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안전의 최후 보루인 조종사들에 대한 투자를 포기한 오너일가의 부도덕 경영 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향후 사건·사고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더해 노조는 최근 사측 운항본부장을 부당노동혐의로 고용노동부에 제소하기도 했다. 노조는 대한항공 운항본부장 명의로 조종사들 집으로 보낸 이른바 '가정통신문'과 사내 운항승무원 홈페이지인 '크루 링크' 공지를 걸고 넘어졌다. 공지는 조종사노조의 쟁의행위 투표가 불법적으로 이뤄졌고 투쟁에 동참할 경우 엄중 대처하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들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노조 측이 제기한 문제 역시 '안전'보다는 '투자(?)'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 모든 갈등의 원인이 결국, 지난해 결렬된 임금협상 때문이라는 것.

협상 결렬 이후 쟁의행위 중인 조종사노조는 가방에 '회사는 적자! 회장만 흑자!' '일은 직원 몫, 돈은 회장 몫'이라는 내용의 스티커를 부착하며 투쟁, 조합원 20명이 사내 중앙상벌위원회에 무더기 회부되기도 했다.

앞서 조종사노조는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연봉 37% 인상을 요구했다. 이들 조종사의 평균연봉은 약 1억4000만원, 기장 연봉은 1억80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37%는 5000여만원에 달한다. 일반 직장인의 연봉보다 많은 액수다.

현재 조선·해운업종을 비롯해 수많은 기업들이 경제위기 속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항공업계 역시 저비용항공사들의 약진 속에 대형항공사들의 여객 점유율은 점차 쪼그라들고 있다.

대규모 실업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정부 역시 국민 혈세까지 투입해 기업 구조조정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 때, 노사 화합은 제쳐두더라도 '역시나 귀족노조'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합의 도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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