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玉石' 구분 한창
카드사 '玉石' 구분 한창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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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 4사 줄세우기 서서히 윤곽
카드사 옥석 구분이 한창이다. 지난 해 10월 중순 외환카드를 필두로 이루어진 카드사 재평가 과정이 점차 구체화돼 가고 있다.

카드사 위기 이후 채권 평가에 유동성 부문이 강화되면서 회사채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3월 17일 정부의 카드사 1차 대책 발표 이후 신용등급 AA인 회사채와 A인 회사채 사이의 동행성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평균 20∼30bp를 유지하던 AA/A 스프레드가 현재는 최대 60bp까지 확대됐다. 같은 신용등급인 회사들 사이에서도 옥석 구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현재 한국신용평가는 국민카드, LG카드에 AA-, 외환카드에 A+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한국신용정보도 삼성카드에 AA- 등급을 매기는 등 한신평과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동성 측면에서 보면 순위가 다소 조정되어야 한다는 분위기다.

사견임을 전제한 한 채권 애널리스트는 “유동성 중심으로 카드사들 등급을 매긴다면 국민, 삼성, 외환, LG순”이라며 “카드채 위기 이후 LG카드가 시장의 트러블 메이커로 자리잡고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LG카드가 시장의 트러블 메이커로 지목된 데는 대주주의 카드사 정상화 의지가 가장 약하다는 평가에 기인한다. LG그룹 대주주인 구씨 일가는 지난 3, 4월 세 번에 걸쳐 LG카드 지분을 대량 매각했다. 이로써 LG투자증권과 LG그룹 대주주 등 특수관계인 84인의 LG카드 지분은 기존 50.08%에서 47.40%로 낮아졌다. 채권시장에서는 이를 대주주가 회사를 살릴 의지가 없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채권전문가는 “대주주들이 증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을 팔았다고 하는데 책임을 진다는 측면에서 보면 기존 지분을 놔둔 상태에서 증자를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냐”며 지분매각을 비판했다. 또한 “매출액 1위인만큼 차입금 규모도 엄청난데 대부분 단기성 차입금인 것도 평가절하의 큰 부분”이라고 지목했다.

LG카드가 신용등급에 비해 시장에서 악평을 듣고 있는 반면 외환카드는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신용평가회사 한 관계자는 “외환카드의 경우 유동성 대책이 매우 잘 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내성이 뛰어난 회사”로 평가했다.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외환은행이 있는 데다 영업도 가장 보수적으로 운영해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정보투명성 측면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회사”로 평가했다.

한편, 국민카드는 국민은행을 끼고 있어 가장 안정적인 카드사로 지목받고 있다. 다만 최대 현안인 합병 문제가 걸려 있어 업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감원 한 인사는 “합병이 성사될 경우 최대 25%까지 인원 구조조정이 예상돼 여러 모로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카드와 국민은행이 합병되면 조달금리에서 경쟁 우위를 가져 업계 1위는 확실히 굳힐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삼성카드에 대한 평가도 시장에서는 긍정적이다. 지난 해 7월부터 그룹 차원에서 ‘카드사 쪽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해온 데다, 위기관리경영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그룹 전체적으로 현금보유 비중이 크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애초 외국인 대주주를 의식해 증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다 4•3대책 발표 이후 증자에 적극적인 모습으로 선회한 것도 시장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부분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유동성 중심이 아닌 종합적 평가를 내릴 때는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국신용평가 안태영 선임연구원은 “신용 리스크 측면에서 얘기하는 것과 종합적인 평가는 다른 부분이 있다”며 “회사의 신용평가는 유동성뿐만 아니라 자산건전성, 수익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신용정보 권성철 위원도 “대책없이 함부로 시장퇴출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옥석구분보다 금융시장의 선순환 과정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에 노력을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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