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금리인하론…6월 한은의 선택은?
'무르익는' 금리인하론…6월 한은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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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용쇼크로 시간 벌어…"구조조정·정책공조 우선" 관측도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미국의 6월 금리 인상 기대가 한발 후퇴한 가운데 오는 9일 개최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분기 경기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물가 상승률도 목표 수준에 멀어지면서 한은의 금리인하 기대가 무르익는 분위기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일단 금통위가 통화정책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적기 인하'를 강조해온 만큼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이달 회의에서는 정부와 협의 중인 구조조정 지원책 통과에 집중하고, 정부와의 정책 공조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란 판단이다.

다만 국내경기가 추가로 악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지난달 '금리 인하 시급성'을 주장한 금통위원의 소수의견에 좀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생산 관련 지표의 부진이 심화되면서 경기 전반이 다소 위축됐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일부 지표가 개선됐으나, 성장세는 여전히 낮다'는 판단에서 크게 악화된 평가다.

수출이 올 상반기에도 역성장을 거듭하면서 1분기 성장의 발목을 잡은 설비투자 뿐만 아니라 제조업 가동률과 광공업 생산도 위축되는 양상이다. 물가도 지난해 한은이 설정한 중기 물가안정 목표 수준(2%)을 크게 밑돌고 있다. 지난 2~4월 1%대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월 들어 0.8%로 꺾이면서 다음달 이주열 한은 총재의 설명 책임 이행이 불가피하다.

▲ 사진=서울파이낸스DB

2분기 경기도 부진 양상을 지속하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난 6일 경제주평을 내고 "현재의 경기는 수요 부족으로 산업생산 활동이 위축되고, 경제 전반에 과잉공급능력이 심화되는 장기불황 국면"이라며 "내수의 추가 침체를 방어하면서 수출에서 경기 회복 계기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와 추경편성의 조합과 같은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금통위 이후인 오는 14~15일(현지시간) 미국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약화된 것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부담을 줄이는 요인이다. 금리 인상의 주요 조건으로 주목됐던 5월 고용지표 결과가 크게 악화되면서 '미 금리인상+한은 금리 인하'에 쏠린 시장 기대도 한층 완화됐다. 한은 금리 인하 단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외국인 자본 유출 가능성이 다소 낮아진 것이다.

금통위도 이같은 경기 상황을 우려해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있는 상황이라고 인정하고 있지만, 정책 효과가 약화된 점을 들어 '인하 시점'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성장세가 당초 예상 경로를 밟아가는지, 기업 구조조정의 진행 상황과 그 여파를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일단 정부와 한은이 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안을 주중 확정할 가능성이 높고, 구조조정 여파에 따른 경기 충격도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만큼 이달 기준금리는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오는 7월 이뤄질 한은의 경제전망 수정치 발표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맞물려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것 적절하다는 의견도 우세하다.

다만, 지난달 한 금통위원이 "조속한 시일 내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한 만큼 이번 금통위에서 인하 주장이 공식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7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도 국내 채권 운용 관련 종사자 80%가 이달 금리 동결을 점쳤다. 전월보다는 6%p 낮아진 수치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한 금통위원이 조속한 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이번 금통위에서는 통화정책보다는 구조조정 방식에 방점이 꽂힐 것"이라며 "구조조정 관련 이슈가 일단락되고 추경 편성 이슈가 떠올랐을 때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보는 시각도 많아 이달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소수의견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환경"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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