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빠진 독' STX조선, 결국 법정관리…피해규모는?
'밑빠진 독' STX조선, 결국 법정관리…피해규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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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청산' 무게…협력업체 줄도산 등 후폭풍 우려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지난 3년간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을 받았던 STX조선해양이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회생절차(법정관리) 절차를 밟는다. 25일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여의도 본점에서 채권단 실무자 회의를 개최한 결과, 이달 말 STX조선해양의 부도가 예상돼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채권단 "자율협약 실익 없어"…이달 말 협약 종료

이날 산업은행은 "외부전문기관의 진단 결과 STX조선해양의 유동성 부족이 심화돼 5월 말 부도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추가자금을 지원하면서 자율협약을 지속할 경제적 명분과 실익이 없고, 회사(STX조선해양)도 회생절차 신청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이달 말까지 채권단 협의회 논의를 통해 STX조선해양의 자율협약을 종료하고, 법정관리로 전환시킬 방침이다.

STX조선해양은 지난 2013년 4월 해외 투자 관련 대규모 손실과 무리한 저가 수주 등으로 인해 경영이 악화되면서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이후 채권단은 지난 38개월 동안 STX조선해양에 4조원 이상을 지원했으나 경영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신규 수주 규모가 자율협약 개시 시점보다 크게 감소했고, 특히 지난해 말 이후로는 신규 수주량이 전무했다. 실제로 STX조선해양은 지난 2013년 1조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작년에는 3000억원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에는 채권단이 추가로 4000억원을 지원하고, STX조선해양을 '중소형 조선사'로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일단 인력 감축과 인건비 축소, 설비 감축 등 회사 측의 자구계획을 전제로 당분간 자율협약을 지속하되, 올 하반기 실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상화 가능성을 다시 점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재실사를 진행한 결과, 이달 말 도래하는 결제자금을 정상 결제하는 것조차 곤란한 상황에 다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실사 결과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이 자율협약 체제를 지속할 경우 내년까지 수주 선박 건조에 필요한 부족자금은 7000~1조2000억원에 달한다. 잔여 선박을 정상 건조해 인도금을 수취하더라도 추가 건조자금이 필요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산업은행은 "신규 수주가 없고, 급격하게 건조 물량이 감소할 경우 부족자금 규모 확대는 물론 정상 건조가 불가능한 상황도 우려된다"며 "특히 해외 선주사가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가압류와 국내 집행을 추진함에 따라 공정을 중단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조선사로서의 계속기업 유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부족자금을 추가 지원할 경제적 명분과 실익이 없다"며 "부족자금을 지원할 경우 채권단의 익스포저가 크게 증가할 뿐만 아니라 상환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사진=연합뉴스

◆은행권 추가손실 2조원…산은 "협력업체 피해 대응"

산업은행은 채권단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STX조선해양의 정상 가동을 위해 현재 건조 중인 선박 총 52척의 정상 건조를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STX조선해양이 계속기업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법원과의 협의 아래 과감한 인적·물적 구조조정 실행을 지원할 방침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사실상 청산 쪽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회생절차 신청 이후 법원은 존속가치와 청산가치를 비교해 4개월 내에 회생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낮은 확률이지만 STX조선해양이 회생절차 이후 생존 기반을 확보할 경우에는 일부 생산설비를 블록공장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산업은행은 "이같은 대응방안은 채권단의 판단으로, 회생절차 특성상 법원의 판단에 따라 구체적인 대응방안이 변경될 수 있다"고 단서를 붙였다.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STX중공업을 비롯한 관계사들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STX중공업, STX엔진, ㈜STX 등 STX조선의 기존 관계사는 정상화 방안에 따라 기존 지분 감자 및 채권단 출자전환 등이 완료된 상태로, 지분 관계는 단절됐다. 다만 STX중공업의 경우 STX조선해양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고, STX는 STX조선해양이 건조하는 선박에 대한 이행보증을 제공하고 있어 채권단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고성조선해양은 STX조선해양과의 절연 및 분리 활용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결과에 따라 회생절차를 포함한 처리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향후 국내은행의 추가 손실도 불가피해졌다.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로 국내 은행이 2조원 이상의 추가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 등 3개 은행의 손실 규모가 크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의 추가 손실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자율협약 개시 이후 회사채 등 비협약채권이 약 1조2000억원 감소했기 때문에 금융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협력업체가 입을 피해도 만만치 않다. 현재 STX조선해양의 협력업체 미지급금 규모는 약 5000억원 규모로, 사내 외주 인력은 4600명 수준이다. 법원이 STX조선해양을 청산으로 결론지으면 거래·협력업체의 줄도산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산업은행은 각 기업의 상황에 따라 맞춤형 금융 지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우선 STX조선해양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 정상 영업이 어려운 기업은 가능한 한 워크아웃을 통한 구조조정을 추진해 연쇄 도산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일시적 자금부족 기업에 대해서는 해당 기업의 주채권은행 주도 아래 신규자금 지원, 만기 연장 및 금리 감면 등의 금융지원을 실시한다.

채권은행의 공동 지원이 필요하면 신속하게 패트스트랙(Fast-Track) 프로그램을 가동할 예정이다. 정상영업 지속이 가능한 기업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유지하기로 했다.

금융당국도 일시적 자금부족 기업과 정상영업 지속이 가능한 기업에 'STX조선해양 협력업체'라는 이유로 금융거래를 제한하는 행위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중소기업 금융애로 상담센터'를 통해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해소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한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고용 유지 지원금 지급, 구직급여 특별 연장, 재취업 훈련 등 고용 안정 프로그램을 지원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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