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없이 일한다는 것'
'열정없이 일한다는 것'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5.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재차 금융감독기관에 들렀을 때다. 한 직원이 이런 말을 건넸다.

“전반적으로 저축은행 직원들은 일에 열정이 없어요. 그냥 시키는 일만 수동적으로 하면서 월급만 제 때 받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하는 사람들 같아요. 대기업 같으면 그런 사람들 버틸래야 못버티는데…”

저축은행 직원조차도 비슷한 소리를 한다.

“누워서 침뱉기 같지만 저축은행 직원들이 수준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에요. 구조조정 거치면서 사기도 많이 떨어졌고….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도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거죠.” 못되먹은 경영인이 하는 말이 아니다. 직원들 스스로 내뱉는 하소연이다. 열정없이 일하는 것만큼 끔찍한 게 또 있을까.

상호저축은행은 요즘 많은 한계에 직면해 있다. 제1금융권에 비해 정보도 취약하고, 물적 인프라도 약하다. 지난해에 비해 경영환경은 혹독해져 여신 운용이 쉽지 않은데다 박리다매 환경에도 만족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직원들은 주위로부터 ‘열정’까지 의심받고 있다.

그럼 사라진 열정은 어떻게 해야 다시 생기는가.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CEO의 수준을 언급한다.

“저축은행 사장들 중에 직원 교육에 관심가지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직원 수준이 높아지려면 일단 수익을 많이 내서 직원들 월급을 많이 줘야 합니다. 월급이 많아지면 사기가 높아지고 업무 의욕도 강해져요. 이런 상태에서 직원들에게 다양한 교육을 병행시키면 지속적으로 능력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지금이야 업계 환경이 많이 어렵지만 작년만 해도 엄청난 수익을 내는 저축은행들이 많았다. 그러나 수익 챙기기에는 바빴어도 직원들 복리나 교육에 신경쓰는 CEO는 드물었다. 변변한 교육 프로그램조차 없었다.

“주주들 이익 챙기는 게 제일 먼저였고, 다음이 다른 투자처 물색하는 거… 직원들 재교육은 관심 밖이었어요”

모 저축은행 직원의 증언이다. 물론 자신의 능력은 외부환경에 기대기보다 스스로 계발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나쁜 토양에서 곡식이 자라기 힘들 듯 훌륭한 환경은 인재 양성의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일부 저축은행은 ‘성과급’ 체제에서 해답을 찾기도 했다. 그러나 ‘성과급’은 직원들간 경쟁을 유도해 순위를 매길 수는 있어도 전체의 수준 향상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언젠가 업계에도 ‘봄바람’이 불 것이다. 그 때에는 눈앞의 이익보다 먼 미래를 위한 대계에 보다 신경을 쏟았으면 한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