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탁상행정이 빚은 촌극 '면세점 혈투'
[기자수첩] 탁상행정이 빚은 촌극 '면세점 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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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관세청이 유통업계에 일대 파란을 불러일으켰던 면세대전 뒷수습에 한창이다.

관세청은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권을 15년 만에 처음으로 내놨다. 국내 굴지의 유통기업들이 달려들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했고 업계는 '사활을 건 혈투'라고까지 표현했다.

관세청이 만들어 놓은 링 위에서 업체들은 수백억 단위의 투자금을 제시하며 경쟁했지만 결국 5개 사업권을 놓고 희비는 엇갈렸다.

사업권을 획득한 HDC신라·한화·신세계·두산·SM 면세점은 우여곡절 끝에 반쪽짜리 면세점들을 오픈했고, 특허심사에서 탈락한 SK네트웍스는 지난 16일 워커힐면세점을 폐점했다. 롯데면세점은 내달 30일 월드타워점 운영을 종료하게 된다.

승자와 패자가 정해진 싸움이었지만 승자의 환호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투명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심사 과정도 논란거리였지만, 치명적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결국 관세청은 특허권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특허권 심사도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자동갱신 할 수 있도록 정책을 되돌렸다. 관세법 개정 3년만에 부랴부랴 뒷수습에 나선 것이다.

또 올해 하반기 서울에 면세점 특허권을 4곳 더 추가한다는 전례없는 계획을 내놨다. 논란이 됐던 심사방식도 개선한다. 심사가 끝난 후엔 심사위원 명단과 평가 점수를 선별적으로 공개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같은 관세청의 행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고울리 만무하다. 어렵게 특허권을 따낸 승자는 경쟁과열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며, 패자는 재기의 기회를 얻었지만 그간의 유무형의 손실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뼈아프다.

사실상 승자도 패자도 없는 올해 면세대전은 전형적 탁상행정이 빚은 웃지못할 촌극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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