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크라운제과 '묻지마 광풍'… 주가-실적 역주행
해태·크라운제과 '묻지마 광풍'… 주가-실적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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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둔화에 신공장 증설 악재 둔갑 우려
개인투자자 투자과열 조짐…급락 전주곡?

[서울파이낸스 김소윤 차민영기자] # 해태제과식품에서 지난 2014년 8월에 출시된 '허니버터칩'은 기존의 짠 맛 위주의 감자칩 시장에서 드물게 단 맛을 가진 제품으로서, 유통업계에서 '허니' 열풍을 일으킬 정도로 성공을 거두며 품귀현상을 빚어냈다. 처음 출시된 2014년 110억원이었던 허니버터칩의 매출액은 지난해 520억원으로 수직 상승했고, 이어 허니통통, 허니자가비 등 허니시리즈를 시장에 출시해 긍정적 반응을 얻었으며, 이는 지난해 큰 폭의 매출 성장을 시현하는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크라운제과(당시 해태제과는 비상장)의 주가 역시 지난 한 해동안 18만6500원에서 54만2000원으로 191% 상승율을 기록하면서 허니버터칩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다만, 이 '허니' 신드롬은 결국 타사가 내놓은 '미투'(Me Too) 상품으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결국 해태 및 크라운제과 실적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 '거품 빠지는' 허니시리즈 열풍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해태제과식품은 연결 기준으로 이번 1분기 매출액이 183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791억원)보다 2.13% 소폭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53억원, 18억원으로 24%, 3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태제과 모기업 크라운제과 역시 연결 기준으로 이번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34억원, 7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기록했던 201억원, 113억원보다 33.3%, 38% 감소해 거의 3분의 1수준으로 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액은 전년 2876억원에서 올 1분기 2902억원으로 0.9%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 2015년 허니버터칩 효과로 해태제과식품의 매출이 전년 대비 15.6% 증가한 7983억원, 영업이익은 90.6% 늘은 469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보면 부진한 실적을 보인 셈이다. 같은 기간 크라운제과 역시 매출액이 지난 2014년 1084억원에서 지난해 1204억원으로, 영업이익은 627억원에서 874억원으로 각각 11%, 39% 늘었다.

올 들어 해태제과식품과 모기업인 크라운제과 둘다 이익이 급감한 것을 놓고 시장에서는 허니시리즈의 인기가 한층 시들해진 데에 따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허니버터칩의 매출 신장률이 급격히 크지 않은 상태서 여타 시리즈인 허니통통과 자가비 허니마일드의 매출 비중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닐슨코리아가 최근 2월까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허니버터칩의 매출 추이는 48억원에서 55억원선에서 차지하고 있는 반면 여타 허니시리즈인 허니통통에서 나온 매출은 지난해 6월 최고 56억원에서 최근에는 21억원으로 매출 비중이 급감했다. 자가비 허니마일드 역시 지난해 4월 11억원(최고치)의 매출을 끌어 들이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3억원으로 현저히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또 이 같은 분석은 최근 5월11일에 상장한 해태제과식품 IPO(기업공개) 주관업무를 담당했던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작성한 투자설명서에 일부 확인됐다. 이들 주관사들은 "허니버터칩은 2014년 8월 출시 이후 2016년 현재까지 꾸준한 매출을 유지하고 있으나, 같은해 12월에 출시한 허니통통은 허니버터칩과 같이 꾸준한 매출을 보이다 2015년 8~9월을 기점으로 다소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즉 해태제과식품의 허니버터 시리즈(3종)의 매출규모는 다소 감소하거나, 변동성이 존재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는 게 이들 주관사 측의 설명이다.

이날 증권가에서도 현대증권은 "크라운제과가 신제품 '허니버터칩' 판매호조 효과가 둔화되면서 이번에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고, 동부증권에선 이들 기업에 대해 "당분간 실적 개선은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 타사들의 '허니시리즈' 유사제품 현황 (사진 = 해태제과식품 투자설명서)

특히 이번에 '허니'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면서 타 경쟁회사들이 앞 다퉈 모방제품(미투, Me-too)을 쏟아내기 시작해 이들 기업 실적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가령 L사의 '꼬깔콘 허니버터맛', N사의 '수미칩 허니머스타드', O사의 '오감자 허니밀크'등이 그 예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모방제품의 등장으로 광고, 진열 등의 경쟁이 점차 심회됨에 따라 최근 해태제과식품의 광고선전비용 증가로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해태제과식품의 광고선전비는 2014년 173억원에서 2015년 208억원으로 1년 동안 20% 가량 증가했고, 같은 기간 크라운제과 역시 65억원에서 74억원으로 이에 대한 비용이 13% 늘었다. 반면 롯데제과(403억원→394억원)와 오리온(339억원→189억원)은 각각 2.2%, 44.2%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 해태제과식품 고평가 논란…폭탄 돌리기?

증권가의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의 허니버터 광풍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해태제과식품은 전장 대비 6200원(11.52%) 오른 6만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주가는 상장 첫날인 지난 11일 이후 최근 5거래일 간 3번의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급등 랠리를 펼쳤다. 현 주가는 상장 첫날 시초가의 3배, 공모가의 4배 수준이다. 지난달 27~28일 진행된 일반 공모에서 10주만 배정받았다고 가정해도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44만9000원의 차익을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시장 안팎에서의 우려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상장 첫날 3.23%였던 외국인 한도소진율이 전날 기준 2.32%까지 줄어든 가운데, 대부분의 물량을 모두 개인이 소화했기 때문이다. 최근 5거래일 연속 '사자' 추이를 보인 개인이 순매수한 주식은 총 643억9500만원 규모다. 이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 160억3500만원, 212억1700만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럼에도 개인 투자자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카페 등에서는 '추가 급등설'과 '추가 재료 공개' 등 부정확한 정보들이 개인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실정이다. 증시 전문가들 역시 해태제과식품의 주가 적정성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동부증권의 차재헌 연구원은 해태제과식품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삼가해야 한다는 분석 보고서를 쓰기도 했다. 그는 "물량 성장이 정체된 한국 내수 제과시장에서 혁신적 신제품으로 인한 시장점유율의 추가적 변동을 기대한다는 것은 다소 막연하다"며 "허니버터칩의 출시는 신선했지만 이를 기준으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추가로 부여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처럼 허니시리즈의 인기가 급감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제 2공장 설립이 오히려 해태제과식품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해태제과식품은 일본 가루비사와 180억원을 투자해 강원도 원주 문막 공장 부근에 추가로 신축공장을 증설한 바 있다.

해태제과식품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 측은 "이러한 공장증설이 이뤄짐에도 불구하고 허니시리즈의 인기가 급감하거나 회사가 예상한 수준을 하회할 경우, 이로 인한 생산물량 확대 시 매출이 저조한 모습을 보인다면 해태제과식품의 경영환경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이는 연결재무제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해태제과식품과 크라운제과가 주식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음에도 이들 실적에 관한 보고서가 한 건도 없자 의문을 제기하는 반응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통상 전일 실적이 나오면 애널리스트들이 분석 보고서를 내놓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최근 이들 업종의 실적이 부진하자 아무래도 해당 기업에서 입김이 작용한 모양"이라고 귓띔했다.

이날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배당도 하지 않고 IR도 적극적이지 않은 국내 음식료 기업에 대한 지나친 밸류에이션 부여는 경계해야할 것"이라며 "여전히 높은 밸류에이션에 있는 일부 중소형주에 대한 비중 축소 의견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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