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면세점 5년간 환율 담합 시정명령
공정위, 면세점 5년간 환율 담합 시정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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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롯데·신라 등 국내 8개 면세점이 원·달러 환율을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 시정명령을 받았다. 과징금 없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1일 롯데면세점(호텔롯데·부산롯데호텔·롯데디에프글로벌·롯데디에프리테일), 신라면세점(호텔신라), 워커힐면세점(SK네트웍스), 동화면세점, 한국관광공사 등 8개 업체에 환율담합에 대한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면세점들이 판매하는 화장품·홍삼 등 국산품의 가격이다. 면세점의 경우 국산품을 원화로 직매입해 달러화로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면세점 업체들은 이 과정에서 가격을 책정하는데 적용하는 환율을 담합해왔다. 시장환율보다 면세점 적용환율이 낮으면 이익을 보고 높으면 손실을 입는 구조다.

한 예로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11만5000원짜리 지갑을 면세점에서 15% 할인해 10만원에 판매했을 경우, 적용환율을 달러당 900원으로 정하면 111달러로 표기된다.

시장 환율이 달러당 1000원이면 100달러이기 때문에 면세점은 11달러 이득을 본다. 만일 1000원으로 결정하면 이득이 없고, 1100원으로 합의하면 달러표시 가격이 91달러이기 때문에 오히려 9달러 손해를 본다.

면세점들은 2006년 7월부터 내국인을 대상으로 국산품을 판매했는데, 동일 상품이라도 면세점간 가격이 달라 소비자 불만에 시달리던 상황이었다. 이에 면세점 업체들은 2007년 1월부터 국산품 적용환율을 서로 협의하기 시작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8개 사업자들은 지난 2007년 1월부터 2012년 2월까지 모두 14차례에 걸쳐 유·무선 전화 연락 등을 통해 국산품 적용환율과 그 시기를 함께 결정하고 실행했다.

당시 환율은 달러당 941~990원까지 움직였는데 면세점들은 판매 가격에 달러당 930원을 적용했다. 담합은 총 63개월 동안 이뤄졌으며 그 중 38개월(60.3%)은 합의한 적용 환율이 시장 환율보다 낮아 이득을 봤다. 반면 25개월(39.7%)은 적용 환율이 시장 환율보다 높아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사업자는 5년 동안 총 14차례 환율 담합을 했는데, 호텔신라는 의견불충분으로 2011년 5월 담합에서 빠졌고 롯데 등 나머지 7개 업체는 2012년 2~3월에 담합을 중단했다.

이에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제19조에 의거 시정명령(행위금지명령, 정보교환금지명령)을 내렸다. 담합을 통한 면세점들의 부당이득이 미미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선 공정위의 이번 제재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가 적발한 가격담합 사건의 경우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됐기 때문이다.

김재신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면세점들이 적용 환율을 담합해 가격 경쟁이 제한됐지만 최종 판매단계에서 다양한 할인 등이 이뤄져 달러 표시 가격대로 판매되지 않았다"며 "적용환율 수준이 시장환율보다 낮은 경우뿐 아니라 높은 경우도 있어 이 사건 담합으로 인한 부당이득이 크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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