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파열음'…기관장 줄사퇴?
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파열음'…기관장 줄사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재천 주택금융공사 사장 전격 사의 표명
금융위 "의지표명 차원"…'무리한 속도전' 지적도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금융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금융권 곳곳에서 파열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성과연봉제 조기도입 기한이었던 4월까지도 대다수 금융공기업이 노사 합의에 이르지 못한 가운데, 급기야 기관장의 사의 표명 사태로 번지는 모습이다.

▲ 사진=서울파이낸스DB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재천 주택금융공사 사장(사진)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성과연봉제를 조기에 도입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기관장으로서 성과주의 도입 문제를 잘 풀어야한다는 압박감이 많았던 것 같다"며 "아직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한 것은 아니지만 전날 임원들에게 사의를 표명한 이후 서울로 올라가 현재 칩거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금융공공기관 성과중심 문화 확산방향'을 발표하고, 올해 금융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성과연봉제를 4월까지 도입한 곳에는 기본급의 20%, 5월까지 도입한 곳에는 10%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는 지침을 내걸었다. 반면 노사 합의를 이뤄내지 못할 경우에는 인상률 삭감이나 총인건비 동결 등의 불이익이 적용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현재 금융공공기관 가운데 성과연봉제 도입에 성공한 기관은 예금보험공사 외엔 없는 상태다. 금융위 산하 금융공공기관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예탁결제원 등 8개 기관이며, 기재부 산하 금융공공기관은 수출입은행 1개 기관이다. 이들 총 9개 기관 중 단 1곳만이 성과연봉제 조기도입에 성공해 20%의 인센티브를 받게 된 셈이다.

주택금융공사도 지난달 도입을 목표로 성과연봉제 협의를 시도했지만, 노조의 반발이 심해 아직 제대로 된 대화조차 못하고 제자리걸음인 상태다. 특히 김 사장이 내부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을 둘러싸고 금융권 내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연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기 위해 배수진을 쳤다는 시각도 있지만, 지금처럼 촉박한 일정 안에서 노조 측에 성과주의 도입을 종용하는 것에 한계를 느껴 사퇴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초 김 사장은 이날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28일 한국은행 측에 불참 통보를 전하고 권인원 주택금융공사 상임이사가 대신 참석토록 했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비롯한 주택금융공사 내부 현안에 집중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오늘 노조가 조합원 찬반투표를 한 결과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인원이 80%가 넘어 부결됐다"며 "이 소식을 접하면 김 사장이 정식으로 사표를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주택금융공사 노조 조합원 총회 결과 전체 조합원 392명 가운데 302명이 성과연봉제 찬반투표에 참여해 85.1%가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임재동 주택금융공사지부 위원장은 "김 사장은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성과주의 도입 절차를 진행하려고 했다"며 "그런데 금융위에서 조기도입에 대한 압박을 지속적으로 가했고, 이렇게 가다가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성과연봉제 도입 문제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은 다른 금융공공기관들도 마찬가지다. 자산관리공사(캠코)도 이날 조합원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재적 조합원 981명 중 90.1%인 884명이 투표해 그 중 711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믿을만한 성과평가지표가 공론화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성과연봉제의 연내 도입을 위한 속도전에만 힘을 싣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금융공공기관을 과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불만도 꾸준히 제기된 부분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김 사장이 내부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도 '사표를 각오하는 마음으로 성과주의를 추진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해석되지, 실제로 사표를 제출한다고 해서 금융위가 수리할 생각도 없다"며 "앞으로도 의지를 갖고 성과주의 문화 확산에 힘을 써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