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알리안츠생명 헐값 매각은 노조 탓?
[기자수첩] 알리안츠생명 헐값 매각은 노조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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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강성(强性)노조는 사측이 만드는 것 아니겠습니까"

과거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알리안츠생명 헐값(35억원) 매각의 원인을 '강성 노조'에서 찾는 목소리에 대한 반박이다.

4일 알리안츠생명은 희망퇴직 신청을 마감한다. 대상은 전 임직원 1130명의 20%수준에 해당하는 200명으로 알려졌다. 안방보험이 매각 전 고강도 구조조정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최대 400명이 한꺼번에 짐을 싸게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014년을 제외한 최근 4년간 회사는 2012년 200억원, 2013년 513억원, 2015년 87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과거 제일생명(알리안츠생명 전신) 시절에 판매했던 연 6~8%대의 고금리 확정형 장기상품으로 인한 부담이 컸다.

유럽이 올해부터 적용하는 새 자본규제(솔벤시 II) 때문이란 관측도 나온다.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해야 하는 만큼 이미 적자상태인 한국 법인에 추가로 대규모 자금을 적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계다 보니 독일 본사의 승인이 떨어져야 상품 포트폴리오를 재정비 할 수 있어 영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도 헐값 매각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런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노조'를 핵심 요인으로 꼽는 시각이 적지 않다. 노조가 구조개혁 작업에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2008년, 234일 동안 벌어진 총파업이 주된 근거다. 월 통상임금의 최대 3개월 치를 매년 쌓아주는 퇴직금 누진제와 높은 연차수당이 경영악화의 근본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당시 노조는 연봉 차등화는 사실상 구조조정을 위한 수순이라며 사측과 대립했다. 이에 사측은 파업에 참가한 지점장 100여명을 집단해고 했으며 노조 지도부 3명을 불법파업 혐의로 고소하며 장기전을 이어갔다. 사실상 소통이 단절된 시간이었다.

무려 200여일이 지난 이후에서야 노사는 마라톤 교섭 끝에 임금차등 폭을 줄이기로 합의하는 한편, 2년간 쟁의를 하지 않겠다는 '산업평화 선언'을 하는 것으로 갈등의 종지부를 찍었다.

장기간 파업에 따른 타격은 있었지만 사측이 일방적으로 끌려다녔다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오히려 총파업 이후 직원수는 무려 500명이 줄었지만 임원은 단 5명만 줄어드는 데 그쳤다. 지난 2014년 65억100만원으로 집계됐던 임원들의 급여가 지난해에 67억7600만원으로 되레 늘었다는 점도 직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성과주의 도입은 과거 알리안츠생명 사태를 연상케 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벌써부터 금융노조는 불완전한 시스템을 이유로 총파업 카드까지 꺼낼 태세다.

호봉제에서 벗어나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은 누구도 이견을 달기 어려운 시대적 흐름임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충분한 소통과 이해 없이 직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금융당국 역시 알리안츠 총파업 사태를 반면교사로 노조와의 강대강 구도에서 벗어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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