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줄이는' 조선업계, 경쟁력 저하 우려
'몸집 줄이는' 조선업계, 경쟁력 저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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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골리앗크레인. (사진=삼성중공업)

업황 살아나도 슬림화에 따른 생산성 감소 불가피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정부가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 칼을 빼들자 조선사들은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자산매각과 인력 구조조정 등을 진행하며 업황이 살아날 때까지 버티겠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산업 슬림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로 경기가 살아나도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조선관련 계열사 기존 임원의 약 25%를 감축했다. 전체 임원 수를 고려하면 60여명의 임원이 옷을 벗게 된다.

지난해도 과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등을 진행해 약 1500명 가량 감원한 현대중공업은 이달부터 해양2공장 가동도 중단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1만3000명 수준인 직영 인력을 2019년까지 1만명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지난 2년간 약 1500명을 줄인 삼성중공업은 올해 상시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 중에 있고, 수원사업장, 당진공장 등 자산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조선 빅3는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 등으로 원가를 개선해 생산성을 극대할 방침이다. 현재 인력은 조선업이 활황이던 때와 비슷한 규모여서 유휴인력을 줄인다는 것이다.

현재 신규 수주가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조선 빅3의 수주잔량은 세계 상위권에 속해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수주잔량은 지난달 말 기준 118척, 782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1위다. 수주 잔량이 많다는 것은 일감이 많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2위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450만CGT, 95척), 3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439만CGT, 81척), 4위 현대삼호중공업(341만CGT, 84척)이 뒤를 이었다.

중소조선사 중에서는 성동조선해양 132만CGT(51척),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130만CGT(28척)로 세계 16위와 17위에 올랐다. STX조선해양은 110만CGT(48척)로 21위다. 현재 남아있는 일감으로는 2년 정도 버티는 게 가능하다.

황보승면 부산대 교수는 "국제유가가 부침이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올라갈 테고 세계 경기도 침체 상황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 어려울 때 내부적으로 구조조정도하고 R&D 투자 등을 통해 버티고 있다가 유가가 올라가고 경기가 회복될 때 큰 영향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어떻게 버티느냐다. 업계는 정부가 나서 조선업에 구조조정 칼을 대고 있지만 앞으로의 비전이 없는 근시안적 구조조정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언제 살아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부실기업 정리 시각으로 접근하면 조선업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며 "중국 조선사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버티고만 있는 것은 중국에게 호재"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26일 조선사간의 합병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수주가뭄이 지속된다면 통폐합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국내 업체 간 출혈경쟁은 국부 유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몇 년 만 버티면 업황이 살아나니 구조조정으로 규모를 줄이고 소규모로 가겠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생각"이라며 "눈 뜨고 중국에 당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를 세워 중장기적 경쟁력 확보와 업계 자율적인 구조조정 추진방향을 수립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조선사가 살아남으려면 구조조정에 기댈 것이 아니라 생산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엔지니어링 역량과 인력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소 인력 대부분이 외주업체에서 채워져 현장 기능 인력의 숙련도와 의식 제고 노력이 필수"라며 "엔지니어링 역량 강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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