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증권사 M&A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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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사간 M&A(인수합병)가 잇따르면서 업계 수위권을 다투는 대형 증권사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먼저 미래에셋증권은 KDB대우증권과의 합병이 마무리되면서 단숨에 자기자본 7조7500억원으로 업계 1위로 올라섰고, 또 최근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승자가 된 KB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이 3조9000억원 되면서 우리투자증권과 합병한 NH투자증권(4조5300억원)의 뒤를 이어 업게 3위로 도약했다.

여기에 지난해 말에는 리딩투자증권과 LIG투자증권처럼 중위권 증권사들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는 등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그간 금융당국과 시장에서 염원해온 증권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앞서 금융당국은 M&A에 나서는 증권사에게 개인연금 신탁업, 사모펀드 운용업 등을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내용의 M&A 활성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중위권 증권사들의 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동안 증권가 일부에서는 위기 극복의 해법을 일본 사례에서 찾았다. 지난 1990년대 일본 증권사들은 소위 '잃어버린 10년'의 경제불황이 시작되면서 140여개 증권사가 도산하거나 대형사들에게 피합병됐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자리매김한 노무라 탄생의 단초가 됐다.

이처럼 증권업 구조조정에 대한 공감대는 그 어느 때보다 무르익고 있지만, 최근 국내 증권사간 합종연횡 과정에서 불거진 다양한 논란은 일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이 미래에셋대우 매입자금 마련을 위해 여의도 사옥 매각에 나설 거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노조의 불만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소액주주들과 노조가 제기해온 차입인수(LBO) 논란과 맥을 함께한다.

또 전일에는 LIG투자증권 노조가 "PEF(사모펀드)인 케이프인베스트는 대주주 자격이 없다"며 금융위원회 앞에서 대주주적격심사 불허를 촉구하고 나섰다. 인수자금 마련을 둘러싸고 의문의 목소리가 여전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대우증권 노조의 반발과 관련해 '큰 그림을 봐줄 것'을 당부했다. 증권사의 '대형화'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만큼,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할 청사진을 봐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소통이 부족한 물리적 합병은 다양한 시행착오와 내부갈등을 유발시킨다는 점을, 우리는 과거 사례를 통해 익혀왔다. 금융당국 역시 대형화에만 매몰돼 오히려 증권사 경쟁력을 후퇴시키는 불찰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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