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해운업 구조조정, 과거 반복할 것인가?
[기자수첩] 해운업 구조조정, 과거 반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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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 현대상선은 지난 2002년 스웨덴 해운회사 왈레니우스(Wallenius)에 자동차선을 15억달러에 매각했다. 왈레니우스는 3억달러만 대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12억달러는 국내 은행권에서 대출했다. 자동차선 사업부(현재 유코카캐리어스)는 2002년 이후 순이익 2000억원~3000억원을 내는 흑자 기업으로 성장했다.

자동차선을 매각하지 않았다면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정부는 해운업계 구조조정을 피력하며 "칼을 뽑겠다"고 선언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21일 "해운업계 구조조정은 늦출 수 없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은 이제 누구나 공감하는 일이 됐다. 하지만 정부가 무리한 구조조정과 자구노력만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정부가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 선언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2009년 자산관리공사(KAMCO)는 중고선박 매입프로그램을 운용, 해운사로부터 선박을 사들여 다시 빌려주는 방식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저가매입과 고금리 적용으로 실패로 돌아섰다.

또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2013년부터 향후 5년간 약 40~50조원 지원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2009년 이후 국적선사의 선박건조는 거의 없었고, 해외 메가 캐리어들만 좋은 조건의 금융과 저가로 국내에서 선박을 대거 건조했다"며 "해운과 조선산업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 등은 12억달러의 선박펀드를 조성해 해운사들에게 자금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단, 부채비율 400% 이하로 제한을 걸었다. 제한조건으로 선박펀드를 이용할 수 있는 해운사는 없는 게 사실이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은 2013년 고강도 자구안을 발표하며 현재 100%가 넘는 이행률을 달성했다. 용선료 협상에도 적극 나서며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해운업이 어려운 건 우리도 충분히 안다"며 "위기 때마다 호소했던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구조조정 선언으로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 어떻게 하겠다는 대책은 없고 구조조정 얘기만 꺼내서 될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정부로부터 해운 구조조정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인수합병과 매각'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나오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그동안 위기극복 대책으로 내놓았던 방안들은 회사의 경영여건만 악화시켰다.

올해도 어김없이 구조조정으로 이슈를 키운 정부가 지난 과거를 답습하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 확고한 지원 의지를 가지고 한계기업을 정리하는 시각이 아닌,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는 산업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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