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여론조사의 실패, 여당의 패배
[홍승희 칼럼] 여론조사의 실패, 여당의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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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조사 결과가 방송을 타면서 경악한 사람들이 많았을 듯하다. 그동안의 여론조사 결과와는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이번 4.13 총선에서 최대 패배자는 2등으로 주저앉은 집권여당 새누리당이 아니라 여론조사기관들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그토록 결과와 다른 엉뚱한 예측결과를 너나없이 내놨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아마 여론조사기관들이 주식시장에 상장이라도 됐다면 개표 다음날 대 폭락을 체험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단순히 이번 선거예측이 틀렸다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여론조사의 유용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신뢰도는 바닥 모르게 추락하고 말았으니 앞으로의 비즈니스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듯하다.

실상 공중파 방송이나 종편채널들이 앞다퉈 내놓은 선거예측 여론조사 자료에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경험은 많은 사람들이 했을 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거가 달리 없으니 그런가보다 하며 믿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조사결과들이 지나치게 보수언론의 희망사항을 담고 있다고 여겨질 정도였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런 조사결과가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정치세력을 해친 결과로 나타났으니 이도 현실정치의 아이러니로 봐야 하겠다.

이미 그 이전 각종 투표에서도 유선전화를 이용한 여론조사의 보수 편향에 문제제기는 많았지만 조사기관들로서는 달리 방법을 찾기는 어려운 여건이어서인지 개선되지 못한 채 지금까지 반복돼 왔다. 대면조사가 아닌 바에는 유선전화를 통한 조사밖에 허용되지 않으니 하루하루 변하는 민심을 확인해나갈 길이 시간 오래 걸리고 비용도 월등히 많이 들 대면조사는 할 수 없고 결국 유선전화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낮 시간대에는 젊은 층이라면 가정주부들조차 집에 머무는 경우가 거의 없고 집에서 유선전화를 받는 이들은 대개 보수적인 노년층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노년층의 의견이 지나치게 크게 반영된 결과가 실제 현상과 괴리가 나타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이런 괴리를 보정하기 위한 조사기법이 있지만 그걸 또 정부기관이 나서서 못하게 막고 있다고 한다. 야당 성향의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거나 응답하지 않는 현상을 보완하기 위해 대통령 선거 등 다른 선거에서 누구한테 투표했는지 등에 관한 정치성향가중을 반영하는 방법을 사용할 경우 실제보다 여당후보가 5% 이상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보정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앙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가 이 방식이 공정하지 않다며 이 방식을 사용한 여론조사기관에 과태료 철퇴를 내렸었다. 위원회의 주장은 이 방식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 방법이 엄밀하지 못하고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입증되지 않은 방식이라는 입장이라는 데 그 개입 정도가 과도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게 한다. 어차피 학계의 통일된 의견이 나오기 힘든 일이고 그런 일에 정부기관이 감놔라, 배놔라 간섭하는 모양새는 보기 좋지 않다.

그런 완고함이 이번 집권여당에 참패를 안겨줬고 조사기법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기관들의 간섭을 자제하는 노력이야말로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하는 창조경제에도 합당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또 이번 총선에서 정당에만 허용된 안심번호를 이용한 여론조사는 또 선거 결과에 상당히 근접한 결과치를 얻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방식을 여론조사기관이 활용하는 것은 또 선거법이 가로막고 있다.

이밖에 여론조사에서 적극적인 투표의향을 묻는 것도 현재와 같은 괴리를 보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중앙선관위 조사에서 그런 사실이 입증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생전처음 출구조사에 답하게 된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응답자들은 비밀유지가 된다는 확신을 주는 방식과 간편한 대면조사가 병행되면 그런대로 솔직한 응답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번처럼 강력한 북풍, 시위자가 졸지에 테러리스트로 몰리는 경색된 정국 인식을 가진 정부여당 아래에서 웬만해선 응답자들의 진솔한 답변을 얻어내기 어려울 테고 결국 정부여당의 눈과 귀를 스스로 가려버리는 부메랑으로 작동하기 십상이다. 사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려면 여론조사 역시 조사기관에 맡겨두고 결과에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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