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맨, 4천만원과는 거리가 먼 '연봉'…숨막히는 규정에 사기저하
쿠팡맨, 4천만원과는 거리가 먼 '연봉'…숨막히는 규정에 사기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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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맨 분기평가 항목 중 규정준수 부분. (표=김태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연봉 4000만원이요? 실제 받는 금액은 한참 모자르죠"

일부 쿠팡맨들의 연봉이 4000만원을 넘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에 한번씩 치르는 분기평가에 따라 성과급 액수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쿠팡에 재직 중인 쿠팡맨은 3600여명이다. 쿠팡은 이들 대부분이 20~30대 청년들이며 정규직과 계약직에 상관없이 최소 4000만원~4500만원 연봉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또 쿠팡맨은 1톤 차량뿐만 아니라 유류비, 차량 보험료, 각종 복리후생도 제공받는다.

이런 근무조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쿠팡맨은 떠오르는 '청년 일자리'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본지가 취재한 결과 실제 쿠팡맨들의 내부 현실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차이가 컸다.

'상대평가'에 따라 연봉 제각각

쿠팡의 '히어로'들은 상위 20%부터 차례대로 4~5개 등급으로 줄 세우기를 당하고 있었다. 지난 분기평가까지는 A등급부터 D등급으로 분류해 성과급을 차등 지급했다. 올해부터는 평가 등급이 5단계로 확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직 쿠팡맨 P씨는 기본 급여로 세전 310만원을 받고 있다. 통장에 들어오는 실 수령액은 270여만원 정도다. 나머지 연봉은 모두 성과급으로 채워야 한다.

P씨는 "입사교육 당시 평가등급에 따라 A 180만원, B 120만원, C 80만원 등 성과급을 받는다고 들었지만 실제 지급액은 달랐다"며 "쿠팡맨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성과급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쿠팡맨끼리 서로 비교하고 경쟁한 결과로 성과급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부터 등급이 바뀌면서 최하 등급을 받은 쿠팡맨은 아예 성과급이 없을거라는 얘기도 내부에 돌고 있다"며 "연봉 4000만원이란 조건에 입사했던 사람들은 (일을 계속할지) 올해 첫 분기평가 결과를 지켜봐야겠다는 말이 오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기본급여 세전 310만원씩 12개월(3720만원)에 분기평가 성과급 총 720만원을 더하면 연봉 4500만원이 맞다"며 "평가 등급에 따라 실수령액이 제각각 다를 수 있지만 세부 규정은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성과급 기준과 금액과 관련해 시스템 정비에 들어간 상태"라며 "내부에서도 규정을 계속 바꿔나가고 있는 단계고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해명했다.

현재 쿠팡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의 분기평가를 진행 중이며 오는 25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개인비용으로 구입한 핸드폰, 회생방법 없는 규정

쿠팡맨 P씨는 파랑색 유니폼 주머니에서 2개의 핸드폰을 꺼냈다. 하나는 개인이 사용하는 아이폰이었고 또 하나는 업무용 갤럭시폰이었다.

쿠팡은 '고객 감성배송'을 위해 독자적인 모바일 앱을 사용하고 있다. 앱을 통해 쿠팡맨 1명에게 할당된 물량과 고객의 주소, 전화번호가 정리돼 나온다. 또 이 앱을 통해 쿠팡맨들은 직접 고객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거나 문자를 전송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앱이 안드로이드에만 지원되면서 기존 아이폰을 사용하던 쿠팡맨들은 입사와 동시에 업무용 핸드폰을 개인비용으로 구입해야만 했다.

▲ 쿠팡이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 쿠팡맨 전용 모바일 앱 화면. (사진=김태희 기자)

P씨는 "입사교육을 받을 때 회사가 점차 업무용 핸드폰을 지급하겠다고 말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소식이 없다"며 "핸드폰 기계 값과 통신비 모두 개인이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P씨는 평가 기준표를 보여주며 "외부에서 쿠팡맨들은 좋은 복지와 쾌적한 근무환경 속에서 일하는 줄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면서 "단 한번의 지각과 배송지연에도 책임을 물으며 성과급을 깎고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 된다"고 말했다.

실제 쿠팡맨의 규정준수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1회의 지각에 -2점씩 감점이 적용되고 있었다. 해당 지각역시 사전에 미리 보고를 했을 경우에만 해당된다. 아침에 지각 보고를 먼저 하지 않은 경우에는 단 5분에도 무단결근으로 평가돼 그날 하루는 승무정지를 당한다.

안전평가 항목에서는 배송지연 1건, 주차위반 등 4만원 이하 범침금 등이 –2점에 해당한다. 또 상품멸실에는 –4점, 차량사고 1건에 무조건 D등급을 받는다.

P씨는 "쿠팡맨들의 지역 거점인 캠프는 차량 적재 등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대부분 대중교통과는 거리가 멀리 떨어진 외진 곳에 존재한다"며 "개인 차량이 없는 쿠팡맨들은 동료들과 함께 카풀을 하며 출퇴근을 하거나 택시를 타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또 "고객의 집 앞에 도착했는데 차량 안에 물건이 없는 상황이 발생할 때도 있다"면서 "그럴 때는 고객에게 다음날 배송된다는 문자를 보낸 뒤 쿠팡맨이 직접 똑같은 물품을 구입해 고객에게 전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상품을 차량에 적재하는 과정에서의 실수나 유통과정에서의 오류를 쿠팡맨이 모두 증명할 수 없거니와 내부 커뮤니케이션 팀에 보고를 해도 참작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쿠팡맨 Y씨는 "지각, 미배송, 고객불만, 단순 접촉사고 등이 1번이라도 발생하면 평가에서 회생 방법이 없다"며 "3개월 분기평가, 6개월 정규직 전환이 모두 물거품 된 상황이라 일에 대한 의욕도 떨어지고 사기저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쿠팡맨은 단순 접촉사고 3건이 누적돼 중도 계약해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에 동료 쿠팡맨 58명은 김범석 쿠팡대표에게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지만 쿠팡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배송업무에서 접촉사고나 배송오류 등 안전사항은 가장 중요한 기본 원칙"이라며 "안전수칙은 규정이 까다로울 수 밖에 없고 이를 정규직 평가 기준으로 삼는 것은 당연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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