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쿠팡맨 정규직 '하늘의 별따기'…평가 공정성 '논란'
[단독] 쿠팡맨 정규직 '하늘의 별따기'…평가 공정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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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맨의 지난 분기평가 기준표. (사진=김태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1월 말 분기평가가 나왔습니다. 평가가 공개되면 쿠팡의 전산시스템이 일시적으로 마비됩니다. 모두 평가에 목을 매고 있으니까요"

현직 쿠팡맨 구지호(가명)씨의 증언이다. 그는 쿠팡맨들을 '평가의 노예'라고 표현했다. 3개월 마다 치러지는 분기평가에 따라 정규직 전환 여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평가에 따라 처우가 달라지는 것은 어느 기업과 별반 다를 것 없지만 문제는 청년 쿠팡맨들을 대상으로 한 평가의 공정성 여부다.

31일 소셜커머스 쿠팡에 대한 '정규직 전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규직 심사에 배경이 되는 분기평가 기준이 상대평가로 책정되면서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것이 논점이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맨 대부분 20~30대 청년으로 4000만원~4500만원(세전)의 급여를 받는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급여와 근무환경, 복지 부분에서 정규직과 계약직의 차이가 전혀 없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맨의 정규직 전환 비율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대부분의 쿠팡맨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만큼 평가기준은 까다롭지 않다"면서 "2번의 분기평가를 바탕으로 6개월에 1번씩 정규직 전환 기회를 얻고, 3번안에 통과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계약해지' 된다"고 덧붙였다.

쿠팡에 따르면 분기평가는 단순히 '쿠팡맨의 능력을 검증'하는 정도다. 하지만 본지가 입수한 분기평가 항목을 살펴보면 쿠팡맨들은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평가 기준에 얽매이고 있었다.

더욱이 해당 분기평가는 쿠팡의 정규직과 계약직이 함께 동등선상에서 평가를 받고 있었다. 상대평가로 진행되기 때문에 계약직 쿠팡맨들은 정규직 쿠팡맨과도 평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 배송효율, 어긋난 형평성 문제

▲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범석 쿠팡 대표. 김 대표는 이날 쿠팡맨 정규직에 대해 "쿠팡맨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급여나 복지에 처우가 같다"며 "계약직 기간은 쿠팡맨으로의 적성 여부를 검증하는 단계와도 같다"고 말했다. (사진=김태희 기자)

분기평가는 3개월에 한번씩 1년에 총 4번 이뤄진다. 지난 분기평가 기준을 살펴보면 △고객만족도 40% △배송효율성 10%(상대평가) △규정준수 40% △서비스개선 10% 등이다.

쿠팡은 해당 항목들을 모두 100점 만점으로 환산해 전체 쿠팡맨에 대한 평가등급을 부여한다. 쿠팡맨들은 정규직과 계약직이 함께 상대평가를 받는 것이 공정성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계약직원들이 A등급을 받지 못하면 정규직 전환 심사에서 미달되기 때문이다.

쿠팡맨들은 "해당 분기평가를 기준으로 성과급(인센티브)을 받는데, 이 때문에 정규직과 계약직이 모두 같은 조건에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배송효율 문제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쿠팡맨들 사이에서 일명 '섹터빨'이라고 표현되는 부분이다. 로켓배송이 운영되는 인천, 대구, 대전, 광주, 울산, 부산 등 수도권과 광역시 권역의 환경조건이 모두 다름에도 불구하고 평가기준은 일괄 적용된다.

실제로 배송효율은 쿠팡맨 1명의 '시간당 배송량'을 측정한다. 이를 전체 쿠팡맨 3600명과 비교해 상위 10%에게 A등급을 나머지 2880명(80%)은 B등급을 받는다.

쿠팡맨 차우현(가명)씨는 "입사 당시 기존 쿠팡맨들이 정규직 전환되려면 섹터빨을 잘 받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며 "가구가 밀집돼 있는 곳과 멀리 떨어져 있는 곳, 아파트단지처럼 차량이 들어갈 수 있는 곳과 차량 출입이 어려운 곳 등 배송환경이 제각각인데 같은 배송량을 주고 같은 평가를 받는 건 억울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쿠팡맨 정윤성(가명)씨는 "오전에 차량 적재를 마치고 운전석 태블릿 PC에 배송시작 시간과 종료시간을 입력 한다"며 "시간당 배송량을 책정하기 때문에 쿠팡맨들 사이에서 '누가 더 빠르게 더 많이' 배송하는지 압박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 145여개 기프트(상품)를 다른 쿠팡맨들 보다 빨리 배송해야한다는 생각이 사고를 유발 한다"면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정규직 전환은 물거품이 되고 중도 계약해지까지 당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신경을 곤두세운 채로 일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쿠팡맨 구 씨는 "고객만족도와 규정준수, 서비스개선에서 모두 A등급, 배송효율에서 B등급을 받았지만 결국 총 평가에서 B등급을 받았다"며 "분기평가에서 B등급을 받아 정규직 전환 면접 대상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측은 분기평가 기준을 조정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로켓배송은 아직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업"이라며 "회사 내부 규정을 모두 공개할 순 없지만 쿠팡맨들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분기평가 기준을 조정하고 있는 상태"라고 해명했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분기평가 기준에서 고객만족도서비스의 비중을 줄이고 배송효율성이나 규정준수 부분을 더 확대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택배업계에서는 시간당 배송효율을 평가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다만 고객서비스평가 일환으로 하루에 할당된 배송물량 처리 여부를 확인한다.

업계 관계자는 "배송을 얼마나 효율성 있게 하느냐는 공장에서 제품 생산량을 체크하는 것과 같은 정량적 기준"이라며 "도심지역도 교통체증이 많은곳, 아파트 단지, 단독주택 구역 등 환경에 따라 배달 효율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없고, 택배기사 간 능력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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