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 줄이기 시동…식음료업계 '울며 겨자먹기?'
정부, 당 줄이기 시동…식음료업계 '울며 겨자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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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프리' 제품, 매출 타격도 우려

[서울파이낸스 구변경기자] 정부가 비만과 당뇨의 원인이 되는 당 섭취 저감화에 시동을 걸면서 식음료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다른 식품에 비해 당 함량이 높은 과자, 아이스크림, 음료 등을 판매하는 식음료업체의 매출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로 어려운 식음료업계는 '이중고'를 맞게 된 셈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이달 안으로 당류 저감 목표와 저감 대상 식품을 선정하고, 표시방법 등을 확정한 '제 1차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한국인의 당 섭취량은 총 에너지 대비 약 10%로 적정한 수준이다.

하지만 1~2세(19.3%), 3~5세(16.4%) 등 영유아의 당 섭취는 급격하게 늘고있어 과도한 상황으로 판단된다.

과자나 아이스크림 등에 포함된 첨가당은 비만을 직접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이같은 정부 차원의 대책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식약처는 당류 과다 섭취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방안과 당류를 저감하면서 비슷한 맛이 나게 하는 성분을 개발해 보급하는 내용 등의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당류를 조금만 넣어도 음식의 맛을 살릴 수 있는 당 저감화 레시피도 개발·보급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국이 신설하겠다고 밝힌 '비만세'(설탕세)의 국내 도입은 검토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식음료업계는 정부의 당 섭취 저감정책에 기본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울며 겨자먹기'식이다.

우선 과자나 아이스크림이 주력인 롯데제과, 해태제과, 오리온 등은 이같은 식약처 대책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제과업계 한 관계자는 "과자같은 경우 달콤한 맛에 사먹는 제품인데, 과거에도 슈가프리(sugar free) 제품을 출시해서 실패한 전례가 있다"면서 "소비자들은 설탕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건강에 좋지 않아 빼는 걸 원하지만 막상 슈가프리 제품을 내놓으면 아무도 안 사먹는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당을 첨가했다고 해서 무조건 설탕이 들어가는건 아니다"며 "당을 대신하는 대체감미료들이 많이 나와있기 때문에 매출적으로 크게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994년 2월 해태제과는 제과업계에선 처음 무설탕껌 '덴티큐'를 내놨고, 롯데제과도 이에 질세라 두달 후 '덴티스트'로 맞불을 놨다. 현재 해태제과 '덴티큐'는 판매중이지만 롯데제과 '덴티스트'는 단종된 상태다.

동아오츠카, 롯데칠성음료 등 음료업계는 아직 저감 계획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라 정확한 기준이 수립되면 그에 맞는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 저감화)노력같은게 있긴 해야할 것 같은데 식약처에서 방향성이 정해지면 그 때 맞춰서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1회 제공량 당 평균 당류함량'은 코카콜라의 '환타', 동아오츠카의 '데미소다', 롯데칠성음료의 '트로피카나 스파클링', 해태음료의 '썬키스트 멜론소다', 코카콜라 '스프라이트' 순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야쿠르트 당 저감한 발효유 제품들 (사진=한국야쿠르트)

반면, 이미 당 저감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식품업체들도 눈에 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2014년 8월 업계 최초로 당 줄이기 캠페인을 시작하며 업계의 '저당화'바람을 선도했다.

제품의 당 함량은 낮추되 맛을 유지하기 위해 약 2년간의 연구개발은 물론 벌꿀, 올리고당 등의 천연당으로 기존 당을 대체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당줄이기 캠페인 시행 첫 해인 2014년 8월, '야쿠르트400라이트'와 '세븐허니' 출시를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에는 기존 제품의 저당제품인 '야쿠르트라이트'와 '에이스라이트'를 차례로 출시했다. 이어 당줄이기 캠페인 1주년을 맞는 지난해 8월에는 '얼려먹는 세븐' 3종의 저당제품을 출시하며 자사 발효유 전 제품을 저당화 시켰다.

한국야쿠르트가 당줄이기 캠페인을 통해 지난 1년 6개월간 기존 제품 대비 줄인 당의 양은 약 5291톤이다. 이는 지난해 한국인 평균 연간 설탕소비량인 23.8kg으로 환산 시 약 22만2000여 명의 1년치 분량을 줄인 셈이다.

매일유업도 지난해 3월 기존 떠먹는 발효유 대비 당 함량을 30% 이상 낮춘 '매일바이오 로어슈거' 3종을 출시했다. 남양유업도 지난해 4월 '이오'와 '남양 요구르트' 등 자사의 액상발효유 제품의 당 함량을 기존 대비 30% 낮췄다.

웅진식품은 지난해부터 과일주스와 어린이 음료에 당 저감화를 적용하고 있다. '자연은 고칼슘 오렌지', '자연은 365일 오렌지', '자연은 70일 망고' 제품에 대해 약 10% 정도 당 함량을 낮췄으며 어린이음료 '코코몽'도 기존 제품 대비 당 함량을 20% 가량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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