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격랑 속 신한금융 후계구도
[기자수첩] 격랑 속 신한금융 후계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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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회장직을 맡은지 5년, 이제 6년차에 들어갑니다. 그동안 여러분들도 봐와서 알겠지만 저는 원리원칙주의자입니다.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24일 주주총회 직후 사외이사 선임을 둘러싼 적격성 논란을 의식해 남긴 말이다. 과거 '신한사태 수습'이라는 난제를 해결하고, 신한을 명실상부 리딩금융그룹으로 이끌어온 자신감이 묻어났다.

한 회장의 임기는 1년 가량 남아있다. 지난 2011년 스스로 만든 '만 70세 나이제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자연스레 자회사 경영진과 이사진 구성을 둘러싸고 차기 후계구도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여타 금융그룹과 마찬가지로 신한금융도 은행장이 후계구도의 정점에 있다. 지난해초 후계 1순위로 유력했던 서진원 전 행장이 건강악화를 이유로 갑작스럽게 퇴진하면서 그룹 후계구도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어졌다.

세간의 뇌리에서 잊혀졌던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의 이름까지 입길에 오르내리며 또 다른 권력암투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에 한 회장과 이사회는 비주력 계열사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이었던 조용병 행장을 전격 발탁하며 세간의 우려를 단번에 씻어냈다.

신한사태 당시 중립적 인물이자, 논외 후보였던 조 행장의 선임을 두고 업계에서는 '신의 한수'라는 호평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이번 인사는 이같은 평가를 퇴색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사외이사직에 오른 이흔야 이사는 라응찬 전 회장의 차명계좌주로, 이정일 이사는 라 회장의 차명계좌 수사 당시 변호사 비용을 지원했던 인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심화되는 형국이다.

반면 '신상훈 라인'의 대표 인사인 이성락 신한생명 전 사장은 견조한 경영실적에도 '장기재임'을 이유로 연임이 무산됐다.

'라응찬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워진 것 아니냐'는 관전평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한 회장 역시 취임 직후에는 '라응찬 라인'이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지만, 성과 중심의 중립적 인사를 통해 이를 상쇄시켜 왔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한 회장 본인이 누구보다 '세대교체'를 향한 조직의 갈증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회장은 이날 "마지막 임기를 시작하는 주총입니다. 마무리가 잘못되면 지난 5년이 다 잘못되는 거에요. 올해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겠습니다"고 말했다.

현직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조용병 행장,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의 급부상, 그리고 서진원 전 행장의 복귀설까지, 향후 1년간 신한금융의 후계구도는 갈수록 격랑 속으로 빠져들 공산이 크다.

그룹내 다양한 유력 인사가 거론되는 것은 한 회장에 필적할 적격인물을 검증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신한사태의 악몽에서 벗어나 가장 모범적인 지배구조로 평가받는 신한금융이 자칫 잊혀진 인물들의 그림자에 갇히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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