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알파고'가 우리에게 남긴 과제
[홍승희 칼럼] '알파고'가 우리에게 남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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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로 인해 갑자기 한국사회에서 AI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다. 한국사회는 마치 전혀 없던 기술이 갑자기 등장한 듯 호들갑스럽다. 정부는 새삼 한국판 알파고를 키우겠다며 산업부와 미래부가 앞다퉈 AI산업 육성책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 대결을 지켜보기 위해 구글에서는 구글지주사 회장 에릭 슈미트를 포함한 관계사 최고위층이 한국으로 총출동하며 알파고의 성능 테스트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그런가 하면 인공지능 부문에서 선두의 자부심을 갖고 있던 IBM은 같은 시기에 서울에서 ‘인공지능 국제 심포지엄’에 최고기술경영자(CTO)인 롭 하이가 참석해 인지컴퓨터 ‘왓슨’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서며 양사의 미묘한 신경전이 서울에서 펼쳐지기도 했다.

구글이 이벤트를 벌일 때 IBM은 인공지능의 미래를 어떻게 선도해 나갈 것인지 담론을 형성하고 나섰다. 앞으로 빠르면 5년 안에 AI산업의 성장으로 인해 IT기업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IBM의 인공지능에 관한 비전을 밝히고 나선 것이다.

그러자 구글회장 에릭 슈미트도 “인공지능의 선한 이용을 위한 논의를 시작할 때”라며 구글이 그 논의에 앞장서겠다는 의미의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5년 뒤를 행각하고 행동하라”며 전세계가 얼마나 더 연결되고 통합될 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AI가 여는 미래세상에 대한 비전을 밝히고 나선 것이다.

이미 인류문명의 대전환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 출발선에서 세계적인 라이벌 2개 회사가 서울을 하나의 링으로 삼아 그 대전환기의 주인이 누가 될 것인지를 둔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물론 시스템부문 기업으로 성장한 IBM과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위주로 성장한 구글이 한쪽은 관련 기업과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한 조용한 담론 형성에 집중하고 또 한쪽은 이벤트로 세계의 관심을 모으는 대중적 홍보 전략으로 나선 차이가 보이긴 한다.

그러나 그들의 싸움은 인류 미래의 생활양식을 바꾸고 나아가 인류의 가치철학에조차 영향을 미치게 될 거대한 전쟁의 서막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거대한 싸움을 시작한 이들에게 참으로 초라한 요청만 늘어놓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에릭 슈미트 회장을 만나 고작 “구글이 북한의 개혁 개방을 도와달라”는 주문이나 하고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구글에 국내 스타트업 투자 지원을 요청했다.

물론 독자적인 지리정보위성을 쏘아올리고 전 세계의 실시간 움직임을 죄다 파악할 수 있는 구글의 막강한 힘에 기대를 걸 수는 있다. 하지만 돈만 내면 구글은 언제든지 자신들의 정보를 팔 수 있는 ‘기업’이다. 일국의 국회의장이 내놓는 요청치고는 참으로 슬프지 않은가.

게다가 최양희 장관의 투자지원 요청은 또 어떤가. 마치 거대 제국을 대상으로 용돈 좀 달라는 요구만큼이나 우리를 비참하게 만든다. 실무선에서 오고가는 요청도 아니고 일국의 장관이 우리의 미래산업을 당신네 네트워크에 복속시켜달라는 슬픈 요구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물론 외부로부터 투자도 받아야 하고 앞선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든 배우고 익혀 우리 것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폐쇄적, 배타적 자세는 우리 생존에 득 될게 없으니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IT환경에서 우리는 AI분야에 적어도 2년은 뒤떨어졌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현실을 한국정부 관계자들이 몰랐었던가 하는 의문이다.

지금 구석구석 연구실에서들은 새로운 발견도 해내고 또 새로운 기술개발의 씨앗을 품고 있는 많은 연구원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에게 자부심을 갖고 연구에 매진하도록 힘을 주기는커녕 여차하면 먼저 구조조정의 칼자루부터 들이 밀어왔다.

사람을 가벼이 여기며 어떻게 미래를 꿈꿀 수 있겠는가. 홀대하던 연구원들이 행여 일터를 떠날까 걱정은 되는지 그들을 산업스파이로 몰아가며 발목잡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재벌들은 돈을 쌓아두고도 쓸 줄을 모르고 쓸 곳이 없다는 투정만 하고 정부는 그런 재벌들 응석 받아주기에만 여념이 없다.

자원도 인구도 빈약한 한국이 강대국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면 이제는 우리에게 있는 자원을 어떻게 연계시켜 하나의 힘으로 통합해 나갈 것인지를 연구해야 한다. 상품보다 기술개발능력에 미래를 걸어야 한다.

재벌들의 남아도는 돈은 상호 연계시켜 거대한 다국적 기업에 맞설 효율적 자본으로 키워가고 각 기업의 연구조직과 인력은 연구랩 클러스트로 연계 작동시켜야 하며 현장에서는 단순노동인력을 생산연구인력으로 업그레이드시켜 한국사회 전체를 거대한 연구단지화하려는 방안을 준비하는 게 더 필요할 단계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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