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밥그릇 싸움'으로 전락한 면세점 공청회
[기자수첩] '밥그릇 싸움'으로 전락한 면세점 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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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구변경기자] 오는 16일 열리는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를 앞두고 특허수 확대와 관련해 업체들간 의견 대립이 치열하다.

기존 업체들은 면세업계 발전을 위해 신규 특허를 허용하자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신규로 진출한 업체들은 공급과잉을 이유로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제도 개선안은 국내 면세산업과 관광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불어 지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드러난 모순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면세점 사장단은 지난 14일 긴급 회동을 갖고 정부의 규제완화 방안에 대립각을 세우고 나섰다. 진입장벽을 낮춰 혜택을 본 업체들이 다시 장벽을 높여달라는 요구인 셈이다.

지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국내 3위 매출의 롯데 월드타워점과 23년 역사를 가진 SK 워커힐점이 문을 닫았다.

신규로 사업권을 획득한 5곳의 시내면세점 가운데 3곳이 문을 열었지만 매출은 당초 목표 대비 20%에도 못 미쳤다. 기존 업체는 허가가 취소돼 일자리가 없어지고, 반대로 신규 허가를 받은 업체는 명품이 빠지면서 매출 타격이 적잖았다.

내수 불황에 수출도 14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있는 상황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한 면세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신규 업체들의 말 바꾸기에 면세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초점에서 밀린 지 오래다. 글로벌 면세 전문가인 마틴 무디(Martin Moodie) 역시 한국 면세산업의 규제와 시장 나눠먹기식 정책으로는 성장이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면세사업은 유통이 아닌 국가 관광활성화를 위한 공익차원의 전략이다. 매출의 80%가 외국인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에서, 외국인에게 편의를 제공해 관광을 활성화하는 수출산업이다. 국내 밥그릇 '다툼'이 아닌 글로벌 '경쟁'으로 가닥이 서야하는 이유다.

면세사업은 이제 '황금알'이 아닌 총성없는 글로벌 전쟁터가 됐다. 말바꾸기식 집안싸움에 체력을 소진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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