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름값 아까운 수입차
[기자수첩] 이름값 아까운 수입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정수지기자]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워온 수입차 브랜드들은 한국시장 진출 이후 남다른 결실을 맺고 있다. 수입차는 지난해 국내시장에서만 약 24만3900대가 팔리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15%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폭스바겐 배기가스 파문이 잠잠해지나 싶더니 수입차 브랜드들이 갖가지 논란에 휩싸이며 이름값 못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1일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9단 변속기를 장착한 S350 모델을 판매하다 국토교통부로부터 '판매 중지' 처분을 받았다. 국토부는 위법성을 판단한 뒤 벤츠코리아 법인 또는 대표를 고발할 방침이다. '벤츠'라는 브랜드 파워를 믿고 해당 차량을 구입한 100여명은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이에 앞서 벤츠는 '골프채 사건'에 이어 주행 중인 C220·E220 모델에서 원인불명의 차량화재가 발생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BMW는 주차된 차량에서 불이나 '불자동차'라는 웃지못할 수식어를 얻었다. BMW 차량화재는 지난해 11월3일 자유로 방화대교 인근에서 발생한 후 석달새 8차례나 발생했다.

이와관련 BMW코리아는 안전사고 종합대책을 발표, 원인불명으로 밝혀진 화재일 경우 고객에게 보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정기 점검을 받은 차량인 경우로 제한해 상당수 고객들은 발만 구르고 있다.

여기에 개소세 환급 거부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지난 1월 구매 고객에게 개소세 인하분을 환급하기 시작한 가운데 일부 수입차 브랜드들은 이미 개소세 인하분을 선반영해 차량을 판매했다며 환급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수입차 A사가 개소세 인하분만큼 가격을 내리지 않고 해당 차량을 1000대 이상 판매해 대당 26만원의 이익을 편취했다는 보도가 흘러나오자 비난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일부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등 수입차 브랜드들을 대상으로 손해 보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

수입차들이 개소세 인하분을 충분히 가격에 반영하지 않은 것이 들통날까봐 환급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괜한 트집잡기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이다.

결국 벤츠는 '고객만족 극대화'를 내세우며 개소세 논란에 백기를 들었지만 인피니티, 볼보 등은 유형 구분 없이 환급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수입차 브랜드들은 갖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내 고객들로부터 '동경'의 대상이 돼 왔다. 배기가스 파문으로 전세계 자동차시장을 뒤흔든 폭스바겐이 유독 우리나라에서 역대 최대 판매를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수입차는 무슨 짓(?)을 해도 잘 팔린다'는 말이 수치로 확인됐다는 관전평까지 나온다. 수입차의 안하무인 행태 역시 수입차에 대한 한국인의 막연한 동경 탓이라는 지적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배기가스 파문의 경우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과도한 해석이라는 평가도 일면 설득력을 얻는다. 또 국산차들 역시 수입차 못지 않는 성능과 디자인으로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국산차에 편중된 국내 자동차시장의 특성상 당분간 수입차 점유율 확대는 거스르기 어려운 대세일지 모른다. 하지만 고객신뢰가 담보되지 않는 점유율 상승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