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사즉생 각오로 백의종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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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진=현대그룹)

사재출연에 이어 등기이사 사임…유동성 확보 최후카드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유동성 위기에 빠진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광폭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현 회장은 지난달 사재출연에 이어 현대상선 등기이사직을 내려놓는다.

사실상 경영권에서 손을 떼게 됐다. 대주주로서 현대상선 유동성 확보를 위한 최후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4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오는 18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주식병합과 현 회장의 등기이사 사임 안건 등을 확정한다.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이 현대상선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마련한 고강도 추가 자구안이 보다 중립적인 이사회의 의사결정을 통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현대상선은 7대 1 감자도 결정했다. 감자 방법은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 및 우선주 7주를 1주로 병합하는 것이다. 보통주 1억9670만7656주와 기타주식 1114만7143주는 각 85.71%의 비율로 감자된다. 감자 전 자본금은 1조2124억원이지만 감자 후에는 1732억원으로 줄게 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자본잠식률 50% 이상 상태가 2년 연속 발생할 경우 상장폐지 요건이 되기 때문에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주식병합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감자가 이뤄지면 현대상선은 자본잠식에서 벗어난다. 이 관계자는 "이미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사즉생의 각오로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주총에서 주식병합안이 의결돼 재무건전성을 높인다면 회사의 경영정상화는 더욱 가속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상선은 2008년 이후 전 세계적인 해운업 불황으로 실적과 재무구조가 곤두박질 쳤다. 현대그룹은 2013년 12월 채권단 관리에 들어갔고, 현대상선은 약 3조원의 자구안을 마련했지만 현대증권 매각이 불발되면서 유동성 위기는 여전한 상태다.

이에 현 회장은 현대상선 살리기에 나서며 지난달 사재 300억원 출연 등 오너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그룹 또 다른 관계자는 "현 회장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지난번 300억원 사재출연과 같이 대주주로서 현대상선의 회생을 위해 백의종군할 것"이라고 말했다.

▲ 표=현대그룹

현대상선의 자구노력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높은 용선료가 발목을 잡는다. 현대그룹에 따르면 현재(2016년 1월 기준) 현대상선이 운영하고 있는 선박 125척 중 85척(컨테이너선 35척, 벌크선 50척)이 외국 선주로부터 빌려왔다. 2014년 용선료만 2조1000억원을 지불했고, 지난해 3분기까지 1조4500억원에 달한다. 6조원 정도인 현대상선 매출액 대비 30%가 넘는 규모다.

현대상선과 미국 법률사무소 밀스타인으로 구성된 용선료 조정 실무단은 지난달 22일부터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를 위한 본격 협상에 돌입했다. 실무단은 영국 런던에서 해외 선주들과의 협상을 시작으로 이달 중순까지 용선료 조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또 현대상선은 감자 및 현 회장 등기이사직 사퇴와는 별도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 유조선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유동성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조선사업부 매각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자구안 이행 노력에도 전망은 밝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용선료 인하는 무리한 요구가 아니고, 외국 해운사들 역시 이런 식으로 해왔기 때문에 협상 전망은 밝다"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이번 현 회장의 등기이사직 사퇴는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효과는 없다. 사재출연과 마찬가지로 기업총수로서의 책임감 일환"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그룹은 우선 지난해 매각이 무산된 현대증권 등 금융3사에 대한 공개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벌크전용선사업부는 에이치라인해운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매각도 협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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