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다윗(쿠팡)과 골리앗(이마트)?
[기자수첩] 다윗(쿠팡)과 골리앗(이마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쿠팡의 적(?)은 도처에 널려있다. 같은 소셜커머스업체로 묶이는 위메프와 티몬은 물론, G마켓·옥션·11번가·인터파크 등 오픈마켓, 여기에 '로켓배송'을 둘러싸고 각을 세우고 있는 택배업계 한국통합물류협회가 그 상대다.

사실 그동안 소셜커머스업체들은 상품 판매 수수료 만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였다. 최저가 경쟁에 출혈 마케팅이 지속되면서 말 그대로 '손해보는 장사'를 해온 것이다.

이런 적자구조를 깨기 위해 쿠팡이 도입한 시스템이 '사매입 직접 물류' 서비스, 즉 '로켓배송'이다. 업계에서는 판매자와 소비자간 중개서비스를 뛰어넘은 혁신으로 주목받기도 했지만, 일부 한계도 존재했다.

재고관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직매입 대상은 생필품으로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측면에서 쿠팡이 기저귀와 분유를 선택한 것은 탁월했다. 구매 싸이클이 빠르고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쿠팡의 이같은 육아맘 공략은 유통공룡들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이들 고객군이 대형유통업체들의 핵심 고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쿠팡맨이 직접 생필품을 집앞까지 배송해주니 굳이 대형마트까지 갈 이유가 없어졌다.

더불어 유통시장의 소비 트렌드가 '모바일'로 급격이 이동하면서 '엄지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는 등 대형마트들의 매출은 연일 하락곡선을 그렸다.

결국 유통공룡 이마트는 지난달 '기저귀 최저가'를 선포하며 '쩐의 전쟁'의 개막을 알렸고, 롯데마트 등도 합류를 선언했다. 특히 주요품목으로 기저귀와 분유, 여성용품 등을 점찍어 사실상 소셜커머스를 타깃으로 삼았다.

이마트의 전쟁선포가 모회사인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입'에서 출발했다는 설까지 나돌면서 전운은 더욱 고조됐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말 "쿠팡이 적자를 보면서까지 20~30대 고객을 가져가고 있는데 왜 대응하지 않고 방관했는가"라며 "적자를 보더라도 전 유통채널에서 최저가 상품을 정해 고객을 놓치지 말라"고 직원들을 다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의 선전포고에 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과 함께, 유통공룡이 소셜커머스 죽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쿠팡과 이마트의 전쟁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2014년 기준 쿠팡의 연 매출은 3500억여원으로, 지난해 연결기준 이마트(13조6400억원)와 비교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때문에 이같은 싸움을 지켜보는 업계에서는 '착잡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쿠팡의 경우 대형마트가 지배해온 유통시장에서 차별화된 노하우로 성장해온 국내 벤처기업의 성공 모델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쿠팡은 로켓배송을 준비하며 2014년 기준 영업손실 1215억4802만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4000억원대 적자설까지 나돌고 있다. 업계 내에서 '넘어진 적을 밟는 것은 상도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동안 김범석 쿠팡 대표는 로켓배송을 '혁명'으로 표하며 "우리는 투자를 바탕으로 도전을하고 혁신을 만들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그동안 온라인쇼핑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폭을 넓혀온 데 대한 자부심의 표현일 것이다.

갓 3년차에 접어든 쿠팡이 굴지의 유통공룡을 움직였다는 관전평을 단순한 우스갯소리로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