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유소 발목 '유류세' 문제 정부가 나서 풀어야
[기자수첩] 주유소 발목 '유류세' 문제 정부가 나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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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주유소는 이미 포화상태라 수익을 내기가 너무 힘듭니다. 유가는 계속 떨어지는데 유류세는 고정돼 있어 남는 게 없습니다. 휴업과 영업을 반복하는 게 현재 주유소업계의 현실입니다."

서울에서 자영주유소를 운영하는 오모씨는 주유소업계의 어려움을 이같이 토로했다. 최근 저유가와 함께 과도한 유류세로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주유소업계는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영업주유소 수는 1만2180곳이다. 이중 지난 한 해 동안 307곳이 문을 닫았다. 휴업 중인 주유소도 538곳에 달한다.

오씨는 "유류세에 인건비, 임대료 등을 빼고 나면 리터당 남는 이익은 50원이 채 안된다"며 "국제 유가가 떨어지는 만큼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왜 안 떨어지냐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은 데 결국 유류세 때문이다. 우리도 남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유류세는 주유소업계의 발목을 잡아왔다. 특히 최근 저유가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유류세 인하 논쟁이 불거졌다. 휘발유 가격은 유류세 61%, 정유사가격 30%, 유통비용 및 마진 9%로 이뤄져 있다. 유류세는 고정돼 있어 국제유가가 떨어져도 휘발유 가격 인하 폭이 작게 느껴지는 이유다.

여기에 "유류세 인하는 없다. 주유소 간의 경쟁으로 휘발유 가격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주유소 경영난을 더욱 악화시켰다.

국내 주유소는 지난 1995년 주유소 거리제한 완전철폐 이후 우후죽순 생겨났다. 2010년에는 1만3004개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포화된 주유소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 감소세로 돌아서게 됐다. 수익률도 크게 하락했다.

통계청 자료(2013년)에 따르면 주유소 영업이익률은 1.8%로 일반 타소매업 영업이익률 6.1%에 비해 매우 열악한 경영환경에 처해있다. 특히 주유소협회에서 1318개 주유소의 경영실태를 분석한 결과, 연평균 매출액 38억원, 영업이익 3800만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02%(2012년 기준)에 불과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휴·폐업 주유소가 증가하는 이유는 과포화 상태의 주유소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주유소의 수익률이 크게 하락한데 있다"며 "경영난을 견디다 못한 사업주들이 폐업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 포화된 시장에서 알뜰주유소 확대, 대형마트주유소 도입 등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경쟁 촉진정책이 주유소 경영악화를 부채질한 꼴이다.

주유소는 유류세 부분에 대한 카드수수료까지 부담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주유소 카드 승인금액 42조원 중 유류세에 대한 카드수수료는 주유소 당 2705만원이다. 정부가 소비자로부터 세금을 징수하는 과정에서의 수수료를 주요소가 부담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소비자들이 주유소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주유소가 직접 휘발유에서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리는 상황까지 왔다. 오씨는 "고유가에도 가격경쟁으로 높게 받기 힘들고, 저유가에는 '국제유가 내렸다는데 주유소 가격은 왜 안내려 가냐'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소비자들은 주유소에 불만을 쏟아내지만 주유소 역시 정유사, 정부로 인해 힘든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휘발유 가격에 대한 불만이 주유소로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더 이상 유류세 논란을 주유소 뒤로 숨어 방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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