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칼럼] 한반도 '불신프로세스'가 가져올 재앙
[홍승희칼럼] 한반도 '불신프로세스'가 가져올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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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유럽에서는 유럽연합(EU) 탈퇴를 고민하는 영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프랑스의 갈등이 꽤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바람에 영국을 마주 보고 있는 프랑스 칼레 지방에 모여 빈곤한 삶을 이어가던 아프리카와 중동 출신 난민들이 횡액을 맞고 있어 안타깝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석유수출기구(OPEC)의 두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아시아 의 석유 대량 소비국인 중국과 인도 시장을 둘러싸고 필사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단순히 석유시장 점유를 노리는 것을 넘어 중동에서의 패권쟁패까지 포함된 싸움 덕에 당분간 세계 석유시장은 물량이 넘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 몇몇 나라에서 벌어지는 내전들을 제외하면 중동지역에서 미국 주도로 벌어지던 전쟁 상황과 그로 인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의 횡행 외에 비교적 조용하던 상대적 평화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는 듯하다.

그런 상황에서 보자면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의 논리가 자칫 중동에 이어 동아시아를 새로운 전장으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표면적인 계기는 북한의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로켓 시험 발사와 이에 대한 미국과 여러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시계열 방식으로 작금의 움직임들을 보자면 북한을 봉쇄하는 현재의 국제사회 대응방식이 단순히 북한만을 압박하는 데서 그쳐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라크로, 또 이란으로 이어진 미국의 군수시장 활성화 노력이 과연 동아시아에서 이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어떻든 이번 유엔의 북한 제재 수위는 분명 그 어느 때보다 북한에 재앙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박용 연료 공급부터 막히고 북한을 출입하는 모든 화물이 검색을 받으며 북한은행의 해외 지점은 90일 안에 폐쇄되는 등 무역과 금융봉쇄 조치가 취해지면 당장 대외 교역이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이와 별도로 북한 핵심기구 5곳과 북한정권 수뇌부 11명을 특별제재 대상으로 선정해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출입국을 금지했다. 화물검색을 통해 북한 반입이 금지된 물품 중에는 금이나 시계 등 사치품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철저히 압박을 가하는 국제사회는 북한이 결국 못 견디고 항복, 핵 포기를 선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평소 미국을 향해 치킨게임을 즐기던 북한이 국제사회가 원하는 선택을 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데 있다.

오히려 압박이 거세지면서 더 거친 반응을 끌어낼 위험성도 간과할 수 없다. 아프리카에서 내전을 벌이는 정부군이나 반군들이 소년병까지 끌어다 쓰며 반인륜적 범죄를 마다하지 않고 과격 무슬림들은 인간폭탄을 거침없이 사용하고 있다. 막바지에 몰릴수록 비이성적 결정이 내려질 위험성은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물론 단순한 테러집단들과 달리 분명한 국가체제 안에서 내려지는 결정이 그처럼 비이성적일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내의 결정구조는 내부적인 견제기능이 사실상 죽어있는 게 아닌가 싶기에 더 걱정스럽다.

물론 한국정부는 미국의 정보망과 주한미군의 존재에 큰 신뢰를 보내며 북한의 도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그 결과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상황이 될까봐 걱정은 더 커진다.

정부는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고 군대는 그런 위기로부터 국민을 지키라고 존재하는 것이지만 일단 단기간이라도 전쟁이 벌어지면 국가적 재앙을 면할 길은 없다. 전쟁이 벌어지면 서로 상대의 기간시설들을 중점 타격할 테고 그 피해는 단순히 국민들의 일상이 불편해지는 수준을 넘어 산업생산의 중단, 금융시장의 혼돈 등 국가 수준의 위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감소하고 있는 인구수의 감소, 그것도 젊은이들의 희생이 클 것까지 생각하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어떤 이유로라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일은 없게 해야 한다. 국제적 압력과 별개로 남북한 간 연락채널이 상시 가동되어야 할 필요성만이라도 서로 잊지 말아야 할 텐데 요즘 너무 격앙되어 보이는 정부 반응이 단순한 블러핑만은 아닌 듯해 걱정을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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