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다를 것 없는' 오리온
[기자수첩] '다를 것 없는' 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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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기자] 최근 유독 세간의 입길에 자주 오르내리는 기업이 있다. 국내 제과업계 대표 주자이자 해외수출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오리온그룹이다.

그간 '차별화' 전략을 앞세워온 오리온은 일찌감치 중국 시장에 진출해 남다른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해 해외시장 매출만 1조원을 훌쩍 넘어서며 제과업계 롤모델로서 존재감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오리온을 둘러싼 갖가지 논란은 국내 재벌기업 특유의 뿌리깊은 병폐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황제경영이라는 비판부터 세금탈루, 비자금 조성 논란까지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은 것이 없다.

세무당국에 따르면 오리온은 그룹 계열사간 자금 거래 과정에서 수십억대의 세금탈루 사실이 적발돼 거액의 추징금을 통보받았다. 이에 앞서 지난 2011년에는 해외법인 인수 과정에서 담철곤 회장이 수백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 5년으로 풀려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담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부부의 1백억대 '황제배당'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재벌 기업의 고배당 논란이야 하루이틀 일은 아니지만 배당 규모만 따져봐도 업계에 유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이 오히려 대기업 오너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판과도 맥이 맞닿아 있다.

계열사로부터 받는 배당금과 함께 한해 연봉까지 합치면 이들 부부가 연간 벌어들이는 수익만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부부는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 직후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연봉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최근 국회가 2018년부터 연봉 5억 이상 미등기 임원도 연봉공개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한 것은 재벌 오너들의 이같은 꼼수를 차단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사실 담 회장은 흔히들 말하는 재벌 2·3세와는 거리가 있다. 그는 동양그룹 창업주인 이양구 회장의 차녀인 이화경 부회장과의 결혼을 계기로 한국국적을 취득하고 회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1980년 그룹 계열사인 동양시멘트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지만 9년만에 오리온그룹 전신인 동양제과 사장 자리에 오르며 경영권까지 물려받았다.

이혼소송에 휘말린 삼성가의 사위 임우재 삼성전기 고문이 '비운의 남데렐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면 담 회장은 말그대로 탄탄대로를 달려온 셈이다.

이처럼 '남다른' 출신성분 탓에 담 회장에 대한 평가는 극명히 엇갈린다. 지난 2013년 기업 모태인 동양그룹이 동양사태로 공중분해 되는 과정을 지켜만 본 담 회장은 '냉철함'과 '냉혹함'이라는 이중잣대 위에 서는 계기가 됐다. 당시 담 회장은 가족 일원으로서의 절절한 심경을 토로하면서도 "어떠한 비난도 감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계속되는 갖가지 논란은 재벌기업들과는 '다른 오리온'에 대한 세간의 기대를 무참히 져버렸다. 담 회장의 핵심 경영가치인 'Different is beautiful(다름이 아름답다)'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을 위한 돈벌이 수단에만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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