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전기車 배터리 투자 '가속'…LG·삼성에 도전장
SK이노베이션, 전기車 배터리 투자 '가속'…LG·삼성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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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K이노베이션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 매출액은 1780억원이고 생산능력을 연간 400MW에서 800㎿로 증설해 현재 풀가동 중이며 경쟁력 제고를 통해 글로벌 '넘버1'을 추구할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일 2015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같이 밝히며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놓고 LG화학과 삼성SDI간의 자존심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최근 SK이노베이션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들을 바짝 뒤쫓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다임러와 2017년부터 출시할 벤츠 전기차 모델들에 리튬이온 배터리 셀을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확정했다. 다임러는 SK이노베이션이 공급한 셀을 팩으로 조립해 자사 전기차에 탑재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번 계약 건은 벤츠의 단일 전기차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차종의 다양한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적극 뛰어든 것은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분석에 따르면 현재 220만대 규모인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유럽, 중국, 미국을 중심으로 지속 성장해 2020년 600만대 규모에 이를 것 전망된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기존 파트너인 현대기아자동차와 중국 베이징자동차의 배터리 주문 물량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7월 서산 배터리 공장 설비를 기존 대비 두 배 규모로 증설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재 24시간 100% 가동하고 있다"며 "이번 다임러에서 대규모 물량을 수주한데다 국내외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점쳐짐에 따라 추가 증설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가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하려면 LG화학 및 일본을 넘어서야 한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경쟁은 한국과 일본으로 압축돼 있다.

지난해 말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네비건트리서치가 발표한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제조 기업들을 비교 분석한 결과 LG화학이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앞서 2013년 평가에서도 LG화학은 정상에 오른 바 있다.

2013년 평가에서 4위에 그쳤던 일본 파나소닉은 2위에 올랐고, 삼성SDI는 3위를 차지했다. 삼성SDI는 2013년 평가에서 5위에 그쳤으나 올해 2계단 상승했다. 일본의 ASEC는 4위를 기록하는 등 한국과 일본 업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네비건트리서치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리더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전략과 실행 부문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며 "LG화학과 파나소닉, 삼성SDI가 이 분야의 리더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올해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하면서 국내 업체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LG화학은 중국 난징 공장이 올해 가동을 시작하면서 충북 오창, 미국 홀랜드 공장과 함께 LG화학의 '세계 3각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올해 매출 목표도 지난해의 두 배인 약 1조2000억원 이상으로 설정했다. 구본준 LG 부회장은 이날 LG화학의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등 미래성장 사업에도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삼성SDI는 지난달 조남성 사장이 "향후 5년간 약 3조원을 전기차 배터리에 투자할 것"이라며 "열심히 해서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말할 정도로 투자 의지가 강하다. 또 지난해 10월 중국 시안에 설립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통해 2020년까지 10억달러의 매출을 목표로 잡았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4년 베이징전공·베이징자동차와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베이징자동차와 베이징시 택시 등에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버스용 배터리 공급을 추진하는 등 BESK는 2017년까지 생산 규모를 연 2만대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지난 5일에는 자회사 SK배터리시스템즈의 배터리시스템 개발사업을 인수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전기차 배터리 개발 사업을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앞으로 리튬이온 2차 전지와 리튬이온폴리머 2차 전지의 핵심부품인 리튬이온전지 분리막(LiBS) 생산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2004년 LiBS를 상업화하는 등 전기차 시장에 먼저 뛰어들었다"면서도 "LG화학 및 삼성SDI에 밀려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정철길 부회장이 전기차 배터리 투자를 진두지휘하면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최근 배터리 부문 매출을 처음 밝히는 등 SK이노베이션의 의지가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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