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준금리, 올해 더 내립니까?
[기자수첩] 기준금리, 올해 더 내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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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올해 기준금리가 더 내려갈까요?"

한국은행 출입 기자임을 밝히면 은행권 관계자나 산업계 종사자나 친분이 있는 개인을 막론하고 흔히 받는 질문이다.

2014년 말 출입 직후 두 차례의 금리 인하를 경험했고, 한은의 시그널을 무한 신뢰했던 기자는 지난해 초 "더 이상 내리지 않으려는 것 같다"고 용감하게 답했다. 이후 두 차례의 금리 인하가 단행됐고, 기준금리는 연 1.5%까지 내렸다.

연초가 되니 또 같은 질문이 쏟아지지만, 누군가의 경제 선택에 일면 책임감을 느끼게 되면서 답변은 달라졌다. "당분간은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지만 경기가 크게 나빠지면 더 내릴 수도 있겠죠."

아니나 다를까.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개시 이후 동결 기조가 유력했던 한은 기준금리에 대한 전망이 급변하고 있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과 1월 수출 급감 충격, 물가 상승세 둔화에 미국 금리 인상 지연 기대가 더해지면서 채권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가 크게 강화된 것이다.

한은보다 정부의 '시그널'에 민감한 시장으로서는 "필요하면 금통위에서 '열석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발언의 충격이 컸다. "한은과 거시 경제 상황 인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언급마저 정책 공조 요구로 해석되는 모양이다.

다만, 시장의 기대가 합리적인 지는 따져봐야 한다. 환율만 봐도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통한 '엔저 정책'을 무력하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수출이 악화된 것도 대외 수요 부진 탓이 크다.

통화정책으로 해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소비나 투자가 둔화되고 있지만, 내수가 다른 부작용을 무릅쓰고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만큼 위급한 상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오는 16일 금리 결정을 앞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로서는 시장의 압박이 부담스럽겠으나, 이 때야 말로 통화정책기관의 리더십을 보여줄 시점이라고 본다.

금통위원들이 수차례 언급했듯 우리 경제는 단기적인 부양책을 써서 당장 올해 성장률 숫자를 끌어올리는 것은 의미가 없는 '성숙기'에 진입했다. 게다가 효과도 미약한 금리 인하 카드는 몇 장 남지 않았다. 지금 빼어들기에는 앞으로의 경기 전망이 너무 깜깜하지 않나.

한은이 '무언가'에 떠밀린 듯한 정책 결정을 근거로 당장은 그 부작용에 대한 면죄부를 부여받을 수는 있겠지만, 한시적일 뿐이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 향방을 좌우하고 있는 금통위의 무게감은 후일 어떤 방식으로든 재평될 수밖에 없다. 금리 인하의 '실(失)'을 분명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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