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주택대출 축소, '규제' or '몸조심'?
은행 주택대출 축소, '규제' or '몸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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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금융시장 불확실성 증대...시중돈 초단기 부동화
 
주택 및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대로 경제주체들이 '몸사리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집값버블 붕괴에 대한 경고음이 계속되자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수위조절에 나섰고, 자산운용가들은 향후 집값은 물론 금리마저 불투명해지자 환금성이 보장되는 단기 고수익상품에 일시적으로 자금을 묻어두는 '관망적 투자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신한銀 대출 규제 배경은?
우선, 11.15 부동산대책과 금융감독당국의 규제 이후 대출 자제에 나섰던 신한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 창구를 다시 봉쇄하고 나선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일과 8일 일선 영업점에 연이어 보낸 공문을 통해 "이미 승인된 대출건을 제외하고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최대한 자제하라"고 통보했다. 이미 승인된 건을 제외한 신규대출 창구를 봉쇄하고 나선 것.
물론, 본점의 공식적인 반응은 대출제한을 조금 더 강화했을 뿐 전면적인 대출중단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일단 이유는 금융감독원의 자제 요청(창구지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감원은 신한은행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에 은행들의 반응 또한 민감하게 나타나고 있다.
신한은행과 함께 12월 주택담보대출이 많이 늘어난 우리은행도 신한은행의 조치 내용을 확인하고 제한 조치를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신한은행발 대출 '창구조이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4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8일 기준으로 143조5180억원을 기록했다. 불과 6영업일만에 전달 말의 142조9119억보다 6061억원이나 급증한 것이다.
특히, 신한은행이 2426억원 증가했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국민은행의 증가액이 각각 2380억, 689억, 556억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억제조치는 타 은행들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계속되는 주택금융 리스크 경고음
그러나, 또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한마디로 신한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나선 이유가 당국의 창구지도 때문이아니라 은행 스스로의 판단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관측은 최근들어 주택가격 거품론이 제기되면서, 금융연구원등이 잇따라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부실화를 경고하고 나선데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주택가격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변동금리비중이 절대적인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이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지적때문에 은행이 알아서 주택담보대출 수위조절에 나선 것이아니냐는 관측이다. 금융자산 투자자들의 투자패턴이 최근들어 단기상품중심으로 급속히 부동화되고 있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는 지적이다.

<>투자처 잃은 돈, CD-RP로 이동
최근 들어 시중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부동자금이 늘면서 단기 고수익 상품인 이른바 '시장성예금'에 돈이 몰리는 현상이 뚜렷하다.
시장성예금은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표지어음 등으로 시장금리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지는 상품을 일반적으로 통칭한다. 
한국은행 통계에 의하면 11월 은행들의 단기시장성 예금 잔액은 92조2천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9천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8월 4조2천억원이 증가한 뒤 9월과 10월에는 각각 1조2천억원과 5천억원씩 감소했다가 지난달 다시 증가세로 전환된 것이다. 
이들 시장성예금에 돈이 집중되는 것은 단기간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기간 개념을 중시할 경우 이는 언제라도 다른 쪽으로 투자처를 바꿀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이 그 만큼 늘어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CD는 만기가 30일 이상 1년 이내이며, RP 또한 15일 이상 1년 미만이다. 금리와 가입액수는 은행별로 차이가 있지만 단기상품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결국, 주택시장이 위축된데다 펀드나 주식시장 전망마저 불확실해지자 마땅한 장기 투자처를 찾지 못한 고객들이 시장성예금에 잠시 돈을 맡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신한은행에서부터 출발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궁극적으로는 투자주체로서의 은행의 자금운용패턴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는 이들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와 다를바 없다는 지적인 것이다.

<>조달금리 부담 증대
특히 주목할 것은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5조6천억원으로 4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대출재원의 근간인 정기예금은 일부 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전달보다 오히려 5천억원이나 감소했다. 
저금리 자금조달은 줄어드는데 위험성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는 주택담보대추을 계속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하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줄이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인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의 주요재원이 상대적 고금리인 CD등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높다. 
 
남지연 기자 lamanua@seoul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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