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이롱' 부추기는 고령·유병자 보험
[기자수첩] '나이롱' 부추기는 고령·유병자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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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최근 보험업계 새 트렌드로 고령자·유병자를 대상으로 한 '간편심사' 보험이 각광받고 있다.

현대해상의 '모두에게 간편한 건강보험'을 필두로 KB손해보험 'KB신간편가입건강보험', 삼성화재 '간편하게건강하게', 흥국화재 '행복든든간편가입보장보험'이 잇달아 출시된 것이다.

그간 고령자·유병자 보험은 보험사들이 애써 외면해온 상품 중 하나였다. 당장 수요는 충분하지만 향후 보험사가 감당해야할 손해율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때문에 이전까지 고령자·유병자 보험을 출시했던 보험사들은 보장 범위를 사망이나 암으로 제한해 왔고 자연히 시장 반응도 미온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상품출시에 나선 것은 국내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인데다, 고령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트렌드인 만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실제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중은 2018년 14%, 2026년에는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간 보험사들이 외면해 왔던 '사각지대'가 '블루오션'으로 둔갑한 셈이다.

때문에 간편심사 보험이 고령자·유병자들에게 가입 문턱을 낮춰 보험 보장의 기회를 제공한 것은 일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상품은 나이가 많아도 뇌졸중·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적 있어도 세 가지 질문(△최근 3개월 내에 입원·수술이나 추가검사 소견이 있는지 △2년 이내에 질병이나 사고로 입원이나 수술 받은 적이 있는지 △ 5년 이내에 암 진단·입원 및 수술이 있었는지)만 통과하면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상품은 치명적 약점을 갖고 있다. 보험사들이 공통적으로 외면한 보장이 있는데, 바로 '상해 통원' 의료비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보험개발원이 지난 201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5세이상 고령자는 상해사고로 입원이나 통원을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해 사고는 평균 통원 일수가 평균 9.9일로, 암(평균 12.3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고령자·유병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보장인데도 보험사들로서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빈도와 심도가 너무 높아 애초에 '상해 통원'을 보장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물론 보험사들도 앓는 소리를 한다. "'수익성'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고령자들의 입원치료, 소위 나이롱환자를 부추기는 유인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양한 고객 계층별로 꼭 필요한 보장을 제공해 보험사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 하겠다", "인구고령화 문제에 대한 보험사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고자 유병자와 고령자에게 가입문턱을 낮춘 보험을 선보이게 됐다"는 당초 출시의도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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