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랜드 中 팍슨뉴코아몰의 거센 '한류 열풍'
[르포] 이랜드 中 팍슨뉴코아몰의 거센 '한류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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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팍슨뉴코아몰 1층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매장. (사진=김태희 기자)

한류로 채운 中 상해 쇼핑몰…"2020년까지 100호점 오픈"

[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환잉꽝린. 워먼샹창 시엔짜이 정짜이 다저(어서오세요. 할인 중입니다)"

점원의 인사가 아니었으면 이곳이 중국인 것을 깜빡 잊을 뻔 했다. 아이콘의 '취향저격'을 비롯해 국내 차트를 휩쓸었던 최신가요들이 흘러나오고, 김수현·이민호 등 한국 배우들의 광고가 여기저기 붙어있다.

국내 어느 쇼핑몰과 다를 것 없는 모습이지만 여기는 중국 상해 창닝 지구에 위치한 팍슨뉴코아몰이다.

이랜드는 백성그룹이 운영하던 팍슨백화점을 5개월간 리뉴얼해 '팍슨뉴코아몰'로 재탄생 시켰다. 지난 15일 그랜드오픈을 기점으로 이랜드가 첫 유통사업에 진출하는 순간이었다.
 
이승호 중국CS책임 부장은 "제품부터, 가격, 인테리어, 문화까지 모두 한류로 채워 넣었다"며 "굳이 한국을 가지 않아도 명동을 느낄 수 있고,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파리바게트와 고래사어묵을 비롯해 이니스프리·토니모리·에뛰드하우스 등 국내 중저가 화장품 숍은 물론, 난닝구·트위·인더그레이·미쏘·후아유·한량 등 패션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쇼핑객들은 한국의 최신가요를 들으며 매장을 둘러보고 벽면에 걸린 한국 연예인을 손으로 가리키며 즐거워했다. 특히 가수 개리가 만든 브랜드 '한량(Halyang)' 매장에는 10대로 보이는 중국 소녀들이 삼삼오오 몰려있었다.

▲ 중국 상해 창닝 지구에 위치한 팍슨뉴코아몰 한량 매장. (사진=김태희 기자)

오진석 팍슨뉴코아몰 점장은 "한국의 트렌디한 옷을 입길 원하는 중국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진열 물품 등 준비한 물량이 다 팔려 영업시간이 끝나기 전에 문을 닫은 적도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한류의 열기를 실감하던 차에 유난히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을 발견했다. 이벤트 홀에서 스코필드 제품을 90% 할인하고 있었다.

스코필드는 지난 2005년 국내에서 철수했지만 중국에서 고급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정장 한 벌에 5000위안(한화 약 92만)으로 중국의 직장인 초봉을 훨씬 넘기는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가격을 살펴보니 약 28만원(1500위안)짜리 맨스백을 5만4000원(298위안)에 판매하고 있었다. 10만원 정도의 작은 지갑을 1만8000원에 내놓자 사람들은 제품을 살펴보지도 않고 집어서 장바구니에 담았다.

▲ 팍슨뉴코아몰이 오픈기념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태희 기자)

이랜드는 가격정책으로도 중국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백화점을 중심으로 상류층을 겨냥했다면 앞으로는 12억 인구의 중·서민층을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

그래서 인지 거의 모든 매장에는 '3折(70% 할인)', '5折(50% 할인)'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오픈을 기념해 일괄적으로 99위안, 298위안으로 가격을 정해놓고 판매하기도 했다. 정가가 워낙 비싸다 보니 점원이 계산기를 두르려 할인가를 보여주면 안사는 것이 손해 같은 느낌이었다.

제품을 골라 점원에게 카드를 내밀자 점원은 내 핸드폰을 가르키며 QR코드를 보여줬다. 점원은 "웨이보"라고 말했다. QR코드를 이용해 중국 SNS인 웨이보에 글을 남기면 더 할인 해주겠다는 뜻이었다. 계산 역시 현금이나 신용카드 없이 '알리페이'로 결제할 수 있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장해가고 있는 중국 시장에 빠르게 맞춰가겠다는 전략이었다.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은 "지금껏 백화점을 이용하는 상류층을 중심으로 영업해왔지만 중국이 성장하면서 앞으로 대중을 상대해야 한다"며 "이랜드는 전부 직매입을 하고, 자체브랜드를 통해 직접 생산을 하면서 다른 쇼핑몰들과 확연히 다른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양 이랜드 중국법인 사장 역시 "수입명품 브랜드 역시 현재 면세점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판매하고 있다"면서 "직매입을 했기 때문에 상품구성 및 가격 등을 언제든지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4층에 올라서자 모던하우스와 백토리가 보였다. 이랜드 직원은 "오픈시작과 함께 중국 고객들이 '4층'을 외치며 달려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백토리의 경우 이랜드의 자체브랜드로 2주마다 인기상품을 정하고 최저가에 판매하고 있다. 모던하우스와 백토리가 4층의 전체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이다.

모던하우스와 백토리를 지나치자 코코몽 카페가 보였다. 이승호 중국CS책임 부장은 "중국은 거의 모든 부부가 맞벌이를 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아이들을 키우고 있고 때문에 아이들을 맡기는 놀이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문화센터가 있는 곳은 중국에서 팍슨뉴코아몰이 유일하고 중국 고객들이 놀랍고 신기해 한다"고 말했다.

▲ 아이들을 맡기고 쇼핑을 할 수 있는 코코몽 문화센터. (사진=김태희 기자)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중국에서 제대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12월19일 팍슨뉴코아몰 프리오픈 첫날 매출액은 27억4500만원을 기록했다. 주말 매출액은 40억원을 넘겼다. 기존의 팍슨백화점 하루 매출보다 5배 높은 수치다. 이후 하루 평균 매출은 약 8억원 정도, 월 매출은 250여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랜드는 이러한 형태의 쇼핑몰을 연내 10개, 2020년까지 총 100개를 오픈할 방침이다. 먼저 상해와 북경지역에 2~4호점을, 나아가서는 성주, 함경, 함주, 남경, 항조까지 10호점을 고려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사실 1호점의 경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진행했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많아 불만이 많다"며 "10호점 까지 지역과 상권, 고객에 따라 상품과 매장구성을 전부 다르게 계획하고 함께하는 중국 대기업의 특성에 맞춰 차별화 전략을 세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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