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세금 투자풀'을 둘러싼 의구심
[기자수첩] '전세금 투자풀'을 둘러싼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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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금융위원회가 올해 선보이겠다고 밝힌 '전세보증금 투자풀'이 금융권 안팎으로 연일 화제다. 아직 구체적인 뼈대가 잡히지 않은 만큼 크고 작은 뒷말이 오고 가는 상황이지만, 성공적으로 운영된다고 가정하면 집 없는 서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일단 금융위가 4%대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 요소다. 시중은행의 1%대 정기예금 금리를 대상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2~3배의 수익률이다.

이처럼 금융위가 전세보증금 투자풀을 계획하고 나선 것은 전세를 찾기 점점 어려워지는 국내 주택시장의 분위기 탓이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서민들이 반전세나 월세로 옮기는 일이 잦아지면서, 되돌려받은 목돈(전세금)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 골치를 앓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투자 수익을 주기적으로 배당받아 월세금으로 쓸 수 있고, 전세보증금을 담보 삼아 월세 자금을 저리로 대출받는 것도 가능하다.

일단 전세보증금 투자풀의 대략적인 얼개만 발표했을 뿐인데도 관심은 뜨겁다. 하지만 그만큼 논란의 여지도 남는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무엇보다도 원금 보장 여부다. 4% 이상의 '높은 수익률'과 원금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는 '안전성'을 모두 잡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다.

이같은 지적이 잇따르자 금융위는 이날 추가자료를 내고 "법령에 의해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은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여러 장치를 통해 위험을 최소화하겠지만, 손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손실 위험이 어느정도 수준인지가 실효성 여부를 판가름할 최대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전세보증금 투자풀이 비교적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해도, 집없는 서민이 적잖은 손실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투자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아직 관계부처와 논의하지 못했다고 밝힌 '세제혜택' 여부도 또 다른 변수다.

하지만 무엇보다 투자풀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할 핵심 요건이 '자금 규모'라는 점에서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아직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가지도 않은 계획이 벌써부터 화제에 오른 것을 두고 금융위 표정이 나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당국으로서는 최대한 많은 관심과 신뢰를 얻어 수요를 확보한 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하는 일이 최대 과제다.

금융위가 "1~2조원 규모로는 의미가 없다"고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일단 한자릿수를 넘어선 투자풀 규모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세난 속 힘겨운 서민들의 자산증식을 목적으로 마련된 상품인 만큼 '잘 설계해 매력적으로 만들겠다'는 다짐이 공언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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