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美 해운산업 위기의 타산지석
[전문가기고] 美 해운산업 위기의 타산지석
  •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
  • ymkim@oneksa.kr
  • 승인 2016.01.1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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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 (사진=한국선주협회)

"5년 전만해도 120척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국가안보선대가 지금은 60척도 힘든 상황입니다. 그것도 덴마크 머스크해운 소속 선박을 미국으로 이적하여 겨우 편입시켜야할 형편입니다."

지난해 12월 15일 워싱턴에서 있었던 '한미 해운협력회의'에 참석한 미국 측 수석대표인 교통부 해사청장 폴 재니챈의 말이다.

폴 재니챈은 기울어가는 해운기반을 되살리기 위해서 수립한 미국정부의 전략 목표 중 최우선 과제는 국가 안보 및 경제를 위한 필수 상선대 확보라고 한다. 미국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 중인 해운성장 전략의 제1과제가 선대를 확보하는 일이라니, 미국은 자국 상선대가 없다는 말인가 의아해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건 엄연한 현실이다.

미국은 1970년대 자국 상선대가 국제경쟁력을 상실하면서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1984년부터 국가안보선대 프로그램이라는 제도를 마련해 운영해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국가경제와 유사시를 대비하기 위해 적정수준의 상선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적으로 짜여 있는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선박들에게는 척당 연간 25억원에 달하는 국고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폴 재니챈의 말은 이런 보조금 정책으로도 좀처럼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선박을 찾기 힘들다는 하소연이다. 아니 자국 상선대를 끝내 포기하지 말고 좀 더 과감한 정책을 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기도하다.

사실 미국은 국제해운사에 있어서 큰 획을 그은 나라다. 특히 규격화된 상자인 컨테이너에 화물을 담아 그 상자를 실어 나르는 오늘날의 컨테이너운송의 효시가 바로 미국이다. 말콤 맥린이라는 트럭운전사의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전 세계 해상운송의 판도를 변화시켰고 지금은 해상물동량 100억톤 중 15%가 컨테이너에 담겨 운송되는 세상이 됐다.

씨랜드 서비스(Sea-Land service), 에이피엘(APL, American President Line), 유에스 라인(US-Line), 맷슨 라인(Matson Line). 한때 세계 해운시장을 호령하던 미국의 해운회사들이다. 2000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상선대 규모는 세계 4위에 랭크됐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원가경쟁에서 밀려나면서 하나둘 자취를 감췄다. 씨랜드는 1999년 덴마크 선사에 흡수됐고 에이피엘도 싱가폴 선사로 합병됐다가, 최근에는 프랑스 선사로 다시 합병되는 길을 걷고 있다. 다른 선사들은 치열한 국제경쟁을 이겨내지 못하고 도산,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래저래 미국에는 자국 컨테이너 선사가 하나도 남지 않게 됐다. 그리고 이제 와서 상선대가 부족하다고 발을 동동 구르며 비상적인 조치를 발동하고 있는 것이다. 해운산업의 위기 얘기가 나오는 이때, 미국의 상황이 우리에겐 타산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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