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국토부, 항공영어자격증 두고 대립각 첨예
조종사-국토부, 항공영어자격증 두고 대립각 첨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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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영어시험, ICAO 기준 미달" vs "제도 개정 설득력 없어"

[서울파이낸스 정수지기자]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외국기관에서 조종사가 취득한 영어자격증명 면제를 국내에서 인정하지 않고 3년마다 항공영어시험을 응시하도록 하는 등 항공법시행규칙을 일부 개정하고 입법예고하자 관련업계 및 단체들이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 국토부는 외국정부로부터 항공영어구술능력증명을 받은 경우 등급별 유효기간을 증명서의 유효발급일자부터 계산해 4등급 이상은 3년으로 지정하고, 이 규칙 시행 전 외국정부에서 증명을 받은 자에 대해서는 '국제민간항공기구' 기준에 따라 재평가를 실시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 일부를 신설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최근 캐나다 원정시험이 급증해 조사한 결과 캐나다는 영어 원어민 국가로서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국제기준과 상이한 평가기준 및 절차를 운영, 비교적 쉽게 항공영어 6등급을 부여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ICAO 국제기준에서 정한 6등급(영어 전문가) 수준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항공영어 6등급을 발급받아 영구적인 시험면제 혜택을 주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항공영어 6등급 전환자의 경우 영구적인 시험면제로 인해 언어능력 재평가가 불가능해진다"며 "항공영어구술능력의 퇴보로 인한 부적절한 항공교신 및 비상 상황 때 불명확한 의사전달로 항공사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국토부가 국적항공사 소속 조종사 약 2만명을 대상으로 항공영어시험 합격률을 분석한 결과 4등급 이상 합격는 99.4% 에 달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항공영어시험이 영구 면제되는 6등급을 받기가 어렵고 4·5등급의 경우 정기적으로 재평가를 치러야 하는 이유로 일부 조종사들이 캐나다에서 원정 시험을 치루는 사례는 △2013년 21건 △2014년 59건 △2015년 10월 56건으로 늘었다.

그러나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이하 조종사협회) 및 관련 단체들은 이를 '행정편의적인 정책'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현재 항공법 제32조의2(항공영어구술능력증명)에 따르면 외국정부로부터 항공영어구술능력증명을 받은 사람은 해당 등급별 유효기간의 범위에서 항공영어구술능력증명을 위한 시험이 면제된다.

이에 대해 조종사협회는 "2015년 이전 자격획득자들은 6등급을 인정해 오다가 그 수가 증가한다는 이유로 시행령을 개정해 인정하지 않겠다는 정책은 설득력이 없다"며 "캐나다항공영어제도(ALPT)는 ICAO 항공영어제도의 기반이 되고 있는 'ICAO Doc 9835(First Edition-2004)'의 항공영어평가기준을 완벽히 충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캐나다항공영어평가는 조종사와 관제사 간 원할한 무선통신능력과 의사소통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 ICAO의 기준에 의거 6등급을 부여한다"며 "이렇게 부여받은 자격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항공사고요인과 항공안전저해요안이 될 것으로 적시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 국내 항공영어구술능력 시험제도에 대한 양측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국토부는 캐나다에서 항공영어 6등급을 받아 국내 자격으로 전환하는 것을 방치할 경우 국내 항공영어구술능력 시험제도가 무력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종사협회는 "이는 영리목적 시행평가사의 이익을 보장해 주겠다는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며 "국가고시인 항공영어구술능력증명시험 평가를 민간어학기관에서 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항공영어능력증명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항공전문가 집단인 조종사들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중장기적으로 국가기관이 항공영어 자격시험을 주관해 항공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고 말을 보탰다.

한편 2003년 ICAO는 국제항공업무 종사자(조종사 및 항공교통관제사 등) 간 부적절한 의사소통으로 인한 항공사고가 다수 발생한다고 판단, 항공사고 예방을 위해 일정 수준의 항공영어구술능력을 보유하도록 국제기준으로 채택했다.

국제항공업무 종사자는 4등급 이상 취득해야 하며 6등급(전문가 수준)이 아닌 경우 언어능력 퇴보를 방지하기 위해 정기적인 재평가(4등급은 3년·5등급은 6년 마다)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2006년 항공법령을 개정하고 평가시스템 및 기준을 마련해 항공영어구술능력증명 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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