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란'이라고 했는가?
'민란'이라고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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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부동산 부자를 중심으로 1.3%의 가진자들이 종합부동산세에 조세저항을 하고 '민란'도 불사할 분위기라고 했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 거대 언론들이 지면에 도배를 하며 전하는 소식이 그러하다.
한 때는 “군은 쿠데타 일으키지 않고 뭐 하냐”고까지 부추기는 인사들에게 넓은 지면으로 힘을 실어줬다. 한 30년 정치적 후퇴를 하자는데 그게 어디 정치적 후퇴로만 그칠까.
현 정부에 애초부터 강한 반감을 표해 온 것이야 익히 아는 일이다. 새삼스러울 게 없다.

그런데 당초부터 곱잖게 봐 온 이 정부가 하는 일마다 서투르기 짝이 없다. 대통령이 말실수를 해도 이를 수습하고 나서야 할 보좌진들이 앞질러 말 폭탄을 터뜨리기 일쑤다. 그에 비하면 김영삼 대통령 시절 대미관계 통역을 했던 모씨에 얽힌 진땀나는 비화가 참 아득한 꿈같다. 직설적 언사로 치자면 두 대통령이 서로 큰 차이가 없는데 결과는 참 다르다.

게다가 정부 하는 일에 힘을 실어줘야 할 여당은 애시당초 ‘충성’이 뭔지를 모르는 모조리 ‘나잘난’ 이들로 가득한 조직이다. 이즈음은 당이 아예 자살로 치닫지만 처음부터 정체성과 관계없이 줄서기에 나선 이들이 너무 큰 비중을 갖고 출발할 때 이미 예고된 사단이었던 게다. 기껏 줄섰는데 여당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핸디캡만 커지니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야당이야 원래 야당이니 그렇다 하자. 그래도 때 되면 법안 심의는 좀 해줘야 할 듯싶지만 오불관언이다. 그뿐인가. 대통령의 인사권이 이토록 철저히 부정 당하는 정부가 세상에 어디 또 있을까 싶게 처음부터 감정적으로 ‘안티’가 범람한다.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은 그들 스스로 살아남기에도 급급하기에 정부가 하는 일마다 마뜩찮은 재계의 눈치를 안볼 수도 없다. 이제는 정부 하는 짓에 짜증도 좀 나는 것 같고. 처음부터 싫어 한 매체야 두말 할 필요도 없다.

뿐인가. 개혁을 요구하는 이들은 지지부진한 변화가 답답하다.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현실적으로 처한 입장이야 어떻든, 다 털어놓을 수 없는 정부의 속사정이야 어떻든 ‘원칙’을 강하게 밀어붙여 조금씩이라도 변화를 얻자고 압박한다.
그 틈새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물론 이 모두가 정부의 ‘미숙한 정치’가 주된 원인일 터이지만.

그런데 지금 현정부의 미숙함을 단골 메뉴로 꼬집는 이들이 파라다이스로 추억하는 5.16 쿠데타세력들의 시대는 어떠했을까. 일본 극우의 새역사 교과서를 연상시키는 뉴라이트 계열의 문제가 된 역사교과서안에서도 4.19 학생운동과 더불어 5.16혁명으로 미화시켰다지만 분명 그들은 박정희 시대를 조선 선비들이 요순시대를 상상하듯 그리 하는 성싶다.

그렇다면 지금이 현정부 5년 집권기간 중 4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이니 박정희 집권 4년이 된 1965년으로 되돌아가보자.

여전히 춘궁기의 굶주림은 가시지 않았고 그걸 기사화했다가는 중앙정보부로 끌려가 며칠 치도곤이 되었다 나오기 십상이었다. 공화당 창당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화폐개혁을 단행했지만 성에 차지 않았던 군사정권은 증권파동까지 일으켜 주식시장을 초토화시켰다. 강모씨가 칼로 손목을 그은 것도 이 때다.

그리고 시골 소녀들은 입이라도 하나 덜라고 떠안기듯 서울 사는 친척집에 ‘식모’로 보내졌다. 여인들의 머리카락이 수출을 위해 잘리고 초등학생들의 고사리 손으로 토끼를 기르며 ‘수출’로 충성을 다짐했지만 총체적 가난의 그늘이 벗겨질 길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그 때까지 박정희가 한 일이라면 단지 민주당 정부가 초안을 마련했던 경제개발계획을 일부 손질한 것뿐이었다. 물론 그 계획이 이후 한국 경제에 바람 탄 돛대가 되어줬지만 그 때까진 그랬다.

변화는 그렇게 시간을 잡아먹는다. 그러나 권위주의적 강압이 없는 시대를 사는 우리는 결코 그런 시간을 인내할 마음이 없다. 이제 변화는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의 꿈에 불과하다.

홍승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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