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인 SC행장의 혹독한 1년
[기자수첩] 한국인 SC행장의 혹독한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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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올 1월 초 한국SC은행의 첫 한국인 행장으로 취임한 박종복 행장이 다음달이면 2년차를 맞는다. 박 행장은 취임 후 옛 제일은행 OB들을 초청해 조언을 받으며 '1등 DNA' 회복을 강조했고, 사실상 손을 뗄 것으로 여겨졌던 소매금융 채널을 새로 구축하면서 적극적인 경영 의지를 내비쳤다.

결과적으로는 '많이 내줬고, 수습에 애썼던' 1년이었다. SC은행은 올 4월 숱한 인수 제의에도 버텨오던 옛 제일은행 본점을 신세계그룹에 끝내 매각했다. 80년 간 자리를 지켜온 제일은행의 정통성은 '신세계 타운' 속으로 사라졌고, 대신 850억원의 매각 대금과 신세계백화점·이마트 지점의 유통 채널을 얻어냈다.

DGB금융지주에 소매금융 부문을 매각한다는 구설도 계속됐다. 본사와 DGB금융을 포함한 당사자들이 수차례 해명에 나섰지만, 시장의 의구심과 직원들의 불안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지방은행보다 약해진 시장 영향력을 확인하면서 직원들의 사기도 땅에 떨어졌다.

취임 당시 "후배들의 일자리를 지키겠다"며 구조조정 가능성을 일축했기에 이달 단행한 특별퇴직은 특히 뼈아팠다. 만 40세 이상, 10년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한 데다 최대 60개월 분의 퇴직금 등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 하에 직원들이 크게 동요했다. 신청자가 몰리면서 예정보다 하루 앞서 지원이 조기 마감됐고, 결과적으로 전체 직원의 20%에 육박하는 961명의 직원이 지난 15일 은행을 떠났다.

이후 일부 본부부서에서는 직원 과반수 이상이 퇴직하는 등 유출이 적지 않아 현재는 업무 처리에도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4년 만에 재개된 공개채용으로 뽑은 신입직원 50명이 투입됐고, 내년에도 300명을 추가 채용할 방침이나 인력 공백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3분기 누적 기준 1083억원의 흑자를 내며 지난해의 적자(250억원)를 탈피했고,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란 장황한 이름도 한국SC은행으로 표기를 수정했다. 인터넷뱅킹 주거래 통장 상품명을 '제일'을 붙이는 등 토착화를 위한 크고 작은 노력이 계속됐다. 현지 은행장으로서의 한계가 드러난 만큼이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를 쓰고 달려온 한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흥국에서 주로 활약하고 있는 SC그룹으로서는 미국 금리 인상과 맞물린 신흥국 성장세 둔화와 위기론이 적지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한국SC은행의 운명 역시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반대로보면 신흥국보다 견조한 우리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오히려 한국SC은행이 그룹 위기극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SC은행 첫 한국인 행장의 남은 역사가 어려움에 매몰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활로를 찾아내는 결과로 쓰여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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