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결산] 뜨거웠던 시내면세점 쟁탈전, 그러나…
[2015 결산] 뜨거웠던 시내면세점 쟁탈전,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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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프리오픈한 갤러리아면세점 63에서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갤러리아)

[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올 한해 면세업계의 최대 이슈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사업권 획득 전쟁이었다.

고공행진을 기록하던 면세업계는 올 상반기 메르스 발발로 인해 성장세가 잠시 둔화됐다. 더욱이 엔저 영향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역성장 위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또 정부가 15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3곳을 배정함에 따라 국내 내로라하는 '유통공룡'들의 치열한 입찰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하반기에는 기존 시내면세점 3곳의 재승인 심사가 치러지면서 롯데와 SK네트웍스, 신세계, 두산의 사활건 공방전이 이어졌다.

◇ 메르스 사태로 '몸살'…역성장 위기 직면

최근 3년간 평균 14.7%, 지난해 21.6%의 성장률을 기록한 면세사업이 역성장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지난 6월 메르스 발발 이후부터다.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환경 변수에 따라 실적이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2010년 4조5000억원 △2011년 5조3000억원 △2012년 6조3000억원 △2013년 6조8000억원 △2014년 8조3077억원 등으로 올해는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전체 매출 중 중국인 관광객이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지난 6월 메르스 발발 이후 국내 면세업계는 몸살을 앓았다. 약 두달간 중국인의 발길이 끊기고 이들이 모두 일본을 향하면서 우려가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졌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증가세를 이어오던 외국인관광객은 메르스 발병 이후 전년 동기 대비 41.0% 급감했다. 지난 7월에는 -53.5%로 감소폭이 커졌고 8월에도 –26.5%로 뒷걸음질 쳤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국내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211만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7.6% 감소했다. 2014년 방한 관광객 수가 1420만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외국인관광객 입국자수는 지난 2003년 이후 12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비롯한 면세업계 오너들은 중국을 직접 방문하기까지 했다. 호텔신라와 롯데면세점은 각각 중국에서 한국 여행을 독려하는 설명회를 열고 한류스타들을 초청해 공연을 선보였다.

이밖에도 국내 면세 기업들은 복수의 중국 여행사와 잇달아 업무협약을 맺고 관광 상품을 개발하거나 중국 언론 및 주요 관계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등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 1년 내내 이어진 면세점 쟁탈전

면세점이 소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상하면서 이를 둘러싼 쟁탈전도 치열한 한해였다.

올해 초 인천공항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시작으로 제주도 시내면세점, 신규 시내면세점, 재승인 심사 등 총 4번의 입찰전이 이어졌다.

인천공항에서는 롯데와 신라가 특허권을 유지했고 신세계가 새로 입점하게 됐다. 제주도 시내면세점에서는 롯데가 특허권을 수성했다. 롯데는 기존 제주공항에 위치했있던 면세점을 제주도 제주시 롯데시티호텔로 이전, 지난 6월 오픈 했다.

업계의 주목을 끌었던 신규 시내면세점 입찰전에는 △신세계디에프 △현대디에프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SK네트웍스 △이랜드면세점 △롯데면세점 △HDC신라면세점(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등 총 8개 기업이, 중소기업 부문에서는 14개 업체가 경쟁을 펼쳤다.

결국 해당 입찰전에서는 대기업 부분 HDC신라면세점·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중소기업 부분 SM면세점, 제주도에는 제주관광공사 등이 신규사업자로 각각 선정됐다.

지난 11월 치러진 재승인 심사에서는 롯데와 신세계 두산이 선정됐다. 롯데는 소공동 면세점 수성에 성공하고 월드타워점의 특허권을 두산에게 넘겼다. SK네트웍스가 운영하던 워커힐면세점 특허권은 신세계디에프가 차지했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2년 9월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 지분을 인수하며 처음 면세점 시장에 진입했다. 이후 2013년 7월에는 김해공항 면세점을, 올해 2월에는 인천공항 면세점을, 11월에는 서울 시내면세점을 손에 넣으며 20년 숙원을 풀었다. 이와 관련 업계는 롯데와 호텔신라의 양대산맥 체제가 뒤흔들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6개였던 시내면세점(롯데 소공·잠실·코엑스, 신라, 워커힐, 동화)이 2016년에는 9곳으로 늘어난다. 해당 사업자들은 롯데 소공점·코엑스, 신라면세점, 갤러리아면세점63, 신라아이파크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두산면세점, 동화면세점, SM면세점 등이다.

내년 5월에는 김포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오는 2017년 12월에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특허가 만료로 인한 경쟁이 예상된다. 코엑스점은 현재 강남권에 남아있는 유일한 시내면세점이다. 이 곳의 특허를 둘러싸고 '강남발 면세점 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 면세제도 문제점 부각…개선방안 마련 착수

이번 시내면세점 재승인을 통해 면세제도의 문제점도 부각됐다.

가장 먼저 화두로 떠오른 것은 독과점 문제였다.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업계 1~2위인 롯데와 신라의 시장점유율은 86.9%다. 특히 롯데그룹의 점유율은 60%를 넘으며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후 재승인 심사에서 롯데가 월드타워점의 사업권 수성에 실패하면서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는 사임하기까지 했다.

낮은 특허수수료도 도마 위에 올랐다. 면세사업 특허수수료는 매출액 대비 대기업은 0.05%, 중견·중소면세점은 0.01%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면세점 매출은 8조3000억원이었지만 정부가 걷은 수수료는 40억원에 그쳤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특허수수료 10배 인상 혹은 매출액에 따른 차등화(0.5~1%)다. 매출이 많을수록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자는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정부의 수수료 수입은 396억~492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사업권 기간 5년에 대한 문제점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면세사업 특성상 초기투자금이 높은데 반해 사업기간 5년이 너무 짧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롯데와 SK네트웍스는 올해 각각 1000억원씩 투자했지만 사업권을 잃으면서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또 5년마다 재승인 심사를 거칠 경우 면세점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고용안정도 논란거리다. 이들은 정부의 면세제도를 '5년 시한부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규 사업자들이 해당 근무자들의 고용승계를 보장한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강제적 구조조정'이라는 표현마저 나온다. 또 고용승계가 보장된다 하더라도 재계약 과정에서 그들의 업무환경과 조건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2차 피해도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전문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내년 7월까지 신규 특허 발급 요건, 특허 기간, 특허 수수료 등 전반적인 제도 보완을 마련키로 했다. 특히 고용문제로 논란을 낳고 있는 5년 재심사 제도도 기간 연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여야 모두 현행 제도의 부작용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TF가 개선안을 내놓으면 추후 20대 국회를 통해 법 개정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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